청약 과열 예고된 서울 분양가상한제 첫 단지
규제 적용 아파트, 과열 심화 불 보듯…경쟁 완화 관건은 공급
입력 : 2020-10-20 14:22:12 수정 : 2020-10-22 08:28:37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문재인정부에서 시행된 서울의 첫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청약 광풍을 불렀다. 40가구가 채 되지 않는 물량에 1만명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신규 분양이 희귀한 서울에서, 9억원을 넘지 않는 분양가로 서초구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 ‘로또청약’을 부추기는 제도 아래 이 같은 청약 과열 현상은 더 짙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청약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는 결국 공급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일반분양 35가구를 대상으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초자이르네’에 청약통장 1만507건이 접수됐다. 전용면적 50㎡~69㎡로 조성되는 이 단지는 전 주택형이 수백대 1 경쟁률을 기록했고, 전체 평균 경쟁률은 300대 1을 찍었다. 
 
이 아파트는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발교한 이후 실제 적용된 첫 단지다. 서초구 서초동에 들어서는 서초자이르네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252만원으로 책정됐다. KB부동산이 집계하는 서초동 일대 3.3㎡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4412만원이다. 분양가격이 시세의 73.7% 수준이다. 단지의 최고 분양가가 약 8억9400만원으로, 9억원을 넘지 않아 대출 규제를 비교적 덜 받는다.
 
관련 업계와 학계에선 평균 300대 1 경쟁률까지 치솟은 청약 과열이 전부터 예고된 것이라고 본다. 서울은 이미 신규 아파트 공급이 귀해져 청약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분양가를 저렴하게 통제하는 제도가 적용되면서 청약 시장이 더 뜨거워질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상한제 도입은 정부가 시세차익을 보장해 주는 셈”이라며 “청약 과열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나올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단지도 청약 경쟁률이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에서 당장 청약을 앞둔 분양가상한제 단지는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이다. 이곳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569만원으로 상일동 매매 시세 4250만원의 60% 수준이다. 
 
이 밖에 아직 공급 일정이 확정된 곳은 없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 서울 18개구 309개동, 경기 3개시 13개동 등 적지 않기 때문에 청약 과열 사례가 더 나올 전망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 부연구위원은 “청약통장의 개수가 상당하다”라며 “분양가상한제 제도 아래선 청약 과열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열기를 누그러뜨리려면 공급 증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량을 늘려 수급 불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재고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양도세를 완화해 재고주택 물량을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청약 수요를 분산하는 게 적합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주택 공급이 관건”이라며 “양도세 완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공급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방안도 청약 과열 완화의 방안으로 제시된다. 가점이 높은 수요자들은 재고주택 매물이 나오더라도 청약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들은 청약에 당첨될 것이란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낮은 분양가의 이점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 이에 이들 수요를 분산할 신규 공급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청약 열기 완화의 관건은 역시 공급”이라며 “아파트를 새로 짓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신규 공급 기대감을 꾸준히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입장하기 전 개인정보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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