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국민 실험쥐 아냐…중국 백신 구매 안해"
입력 : 2020-10-22 10:11:55 수정 : 2020-10-22 10:11:55
[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상실험이 끝나지 않아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기는 했으나, 중국에 대한 반감과 경쟁자 견제를 위한 정치적 행동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P,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SNS를 통해 "브라질 국민은 누구의 실험쥐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임상실험이 끝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백신을 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마스크를 귀에 걸고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날 에두아르두 파주엘루 브라질 보건장관은 호아우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가 부탄탄 연구소를 통해 20억 헤알(약 4000억원) 상당의 중국 백신을 구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부탄탄 연구소는 9000명을 대상으로 했던 시노백의 백신 임상시험 예비 결과를 발표하고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브라질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백신 구매를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도리아 주지사는 보우소나로 대통령의 라이벌로, 2022년 대선 유력 경쟁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도리아 주지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며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대립해 왔다.
 
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며 중국에 대한 불신을 자주 드러냈다. 아들 에두아르도 보우소나루 의원도 "코로나19 대유행은 중국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AP통신은 이번 백신 구매 반대 발언이 그의 대중국 반감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도리아 주지사는 "지금은 정치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이념에 대한 것도, 정치나 선거 과정에 대한 것도 아니다. 다만 백신일 뿐이다"고 말했다. 현재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20만명을 넘어 미국, 인도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사망자는 15만3000여명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한편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이용한 '백신 외교'로 주변국 사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백신 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소외된 나라들을 공략하며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남미까지 영향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3상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코로나19 백신 4종을 보유하고 있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권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