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프랑스 GTT사 125억 처벌…국내 조선업체에 특허 갑질
LNG 화물창 특허에 엔지니어링 서비스 끼워팔기
"특허 유효성 다투지 못하도록 계약 설정해"
입력 : 2020-11-25 12:00:00 수정 : 2020-11-25 12: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를 상대로 액화천연가스 저장탱크(LNG 화물창) 특허 라이선스에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끼워 판 프랑스 국적의 사업자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TT)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를 잡혔다. 특히 독과점 사업자인 이 업체는 조선업체가 특허권의 유효성을 다툴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다는 등 특허권을 남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NG 선박에 설치하는 LNG 저장탱크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업체 GTT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25억2800만원을 부과한다고 25일 밝혔다.
 
LNG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는 LNG 화물창과 관련한 특허·노하우를 사용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를 말한다. LNG 화물창은 천연가스를 초저온(-163℃)에서 압축·냉각해 액화한 것으로 기체일 때보다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 저장·운송이 수월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NG 선박에 설치하는 LNG 저장탱크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업체 GTT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25억2800만원을 부과한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노르웨이 MOSS사의 독립지지형 LNG 화물창 기술(사진 좌)과 프랑스 GTT사의 멤브레인형 기술(우) 사례. 출처/공정거래위원회
 
GTT는 매출액·선박 수(전 세계 운항·건조 포함)를 기준으로 LNG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 시장에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말 매출액을 기준할 경우 GTT의 시장점유율은 95%에 달한다. 국내 조선사들도 GTT 멤브레인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GTT는 LNG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와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내용으로 조선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해왔다. LNG 화물창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LNG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를 실제 선박에 구현하기 위한 공학적인 작업을 의미한다. 
 
엔지니어링 서비스에는 설계도면 작성, 설계의 기초인 각종 실험 수행 및 계산노트 작성, 현장 감독 등이 포함된다. 현재까지 GTT의 기술이 적용된 LNG 선박에 대해서는 GTT가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2015년 이후 GTT에게 기술 라이선스만 구매하고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필요할 때 별도 거래할 것을 수차례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GTT는 조선업체의 제안을 모두 거절하는 등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끼워팔기 거래방식을 고수해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기능이 서로 다른 기술 라이선스와 엔지니어링 서비스가 별도 거래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구매자인 조선업체가 구매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시장 원칙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공정위 측은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이 봉쇄됐고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구매하는 조선업체의 선택권이 제한됐다”며 “멤브레인형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에서 유일한 사업자인 GTT는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또 “구매자인 조선업체로서는 이미 GTT 것을 사용하기로 계약한 이상, 추가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다른 사업자로부터 구매할 유인이 없게 된다”며 “현재 계약 구조 하에서 다른 선택지와 비교·결정할 기회를 상실했다. 결국 관련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것”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다. GTT는 특허권의 유효성을 다툴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했다. 이로 인해 조선업체는 GTT의 특허가 무효가 되도 다툴 수 없게 됐다. 무효인 특허에 대해서까지 실시료를 지급할 우려가 생긴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이지훈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GTT의 기술 라이선스 없이는 LNG 선박 건조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조선업체가 계약해지로 인한 시장퇴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특허의 유효성을 다투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GTT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곳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현대미포조선 등 8개 사업자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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