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이어 비건 방한?…미·중 '동북아 외교전' 심화하나
"'과정중시형' 바이든, 시진핑에게 '빅딜접근형' 트럼프보다 어려운 상대"
입력 : 2020-11-29 12:00:00 수정 : 2020-11-29 12: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한국 방문에 이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 소식으로 미·중의 외교전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이번 방한 목적은 미 대북정책공백기 북의 도발을 막는 '한반도 안정 관리'에 방점이 찍히지만, 양측의 방한 시기가 맞물리면서 미중갈등 양상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29일 외교가의 이목은 비건 부장관의 방한 일정 조율 소식에 쏠린다. 다음 달 초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는 최근 한미 고위급 접촉에서 연내 방한을 포함해 상호 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논의는 있었지만,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없다는 설명이다. 방한이 성사되면 부장관으로서 카운터파트인 최종건 1차관을, 북핵수석대표로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7월 방한 당시 서울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며 정문앞 집회를 바라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비건 부장관은 2018년 8월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 여러 차례 북한을 오가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부장관을 겸임, 동맹 이슈와 대북 정책을 챙겨 왔다. 이에 그의 방문 목적은 미 정권교체기 북한의 도발을 막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데 방점이 찍힌다. 
 
'한반도 안정 관리' 방점 찍지만 정권인수기 북 도발 가능성 낮아 
 
실제로 미국 내에선 북한이 미 대선 이후 도발하는 패턴을 반복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오바마정부 초기인 2009년 4~5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오바마 재선 직후인 2012년 12월에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연이은 3차 핵실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신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통상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내년 7월이 돼야 윤곽을 드러내는데,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북이 긴장 국면 속 대화 환경을 조성하고 협상의 우위를 다지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첫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있는 내년 3월 도발 가능성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주 한 토론회에서 "북이 경제목표 달성을 위한 '80일 전투'에 주력하며 내년 8차 당대회를 준비하면서 굳이 선제적 도발을 할 이유가 없다"면서 "바이든행정부를 '오바마 3기'냐 '클린턴 3기'냐로 테스트하는 리트머스가 될 내년 3월 한미합동군사연습 수위에 비례해서 행동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현재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중심으로 대미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 
 
왕이 방한, 미국 일정 따라 '엎치락뒤치락' 전례
 
오히려 시기적으로 왕 부장의 방한과 맞물리면서 중국과 미국의 전략 경쟁 구도로 비춰지기도 한다. 왕 부장은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에 맞춰 한국 방문을 추진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등 워싱턴 혼란으로 방한을 돌연 취소하자 자신도 일정을 유야무야 연기한 바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왕 부장이 방한 중인 지난 27일 싱크탱크 연구원 등을 인용, "중국의 움직임은 미국과 한국·일본 사이를 벌려놓기 위한 것으로, 미국은 어느 때보다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 시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5일 오후 방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차량에 오르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크게 보면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또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국제적 위상도 커졌으니 중요한 외교 파트너로 삼으려는 경쟁의 측면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중 모두 '다자주의' 강조…한국엔 압박 될 듯
 
다만 박 교수는 "세부적으로는 왕 부장과 비건 부장관의 방문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다"고도 봤다. 왕 부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이 한번도 이뤄지지 않은 사정이 있는 데다, 중국이 글로벌 반중정서가 심각한 상황에서 유럽을 포함해 우호적인 세력을 두루 만들어놓기 위한 일반적 방문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왕 부장은 지난 26일 미중 갈등 관련 한국 기자들의 질의에 "세계에는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0여개국이 모두 독자적이고 자주적이며 한중관계 이외에도 미, 일, 유럽, 중동 등 국제정세도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다자주의' 기조를 강조한 바 있다. 
 
박 교수는 "비건 부장관의 경우 내년 8차 당대회 등 임박한 북한 주요일정 관련 문제를 조율하고 전작권 전환 등 한미동맹 이슈를 논의하는 구체적 의미도 있어 보인다"며 "두 가지 성격이 다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 양상과 관련해 그는 "선거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에서 골고루 48%의 지지를 받으며 '트럼피즘'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국내 반중 정서도 그대로인 상태에서 리더만 바뀐 트럼피즘과 바이든의 결합으로 미중관계는 절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중국에는 '빅딜접근형' 트럼프보다 '과정중시형' 바이든이 더 힘들 수 있다. 또 시 주석과의 개별담판이 아닌 국제질서와 협력 속 중국을 옥죄는 바이든의 전략으로 한국에 가해지는 외교적 압박은 좀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중 모두 다자주의에 기반해 외교전을 벌일 경우 '내편 만들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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