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매도 재개, 신뢰 회복이 먼저다
입력 : 2021-01-14 06:00:00 수정 : 2021-01-14 06:00:00
안창현 증권부 기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공매도 거래를 허용해준 결과 국내 주식시장은 박스피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현행 공매도 제도는 매수-매도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제도로 야바위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공매도 거래를 졸속 재개할 시 국민 신뢰를 잃어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등을 돌릴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3월16일 공매도 재개 방침에 쐐기를 박으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공매도에 반대하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공매도 영구 금지'를 주장하는 국민 청원에는 이미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공매도 재개 여부에 대한 논의에 앞서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제도에 가진 부정적 인식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한 해외 주요국들은 대부분 이 조치를 해제한 상태다. 당국도 공매도 금지가 글로벌 주식시장 기준에 맞지 않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해 공매도를 재개하는 방향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현재 국내 증시는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들이 순매수 행렬이 이어가면서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모두 받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들의 신용융자를 통한 거래 비중은 유례없이 높아졌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1일 기준 70조원을 훌쩍 넘겼고,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20조원이 넘었다. 지난 1998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치다.
 
국내 증시는 장기적으로 우상향 전망에 무게가 실리지만 단기간 급반등으로 인해 단기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 방식의 공매도가 그대로 재개하면 불확실성이 커진 증시에 막대한 충격이 예상되기도 한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를 무한정 연기하거나 공매도 자체를 영구 금지하는 극단적인 방법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공매도 금지기간 동안 증권사 등 시장조성자의 불법 공매도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일이 터진 후에야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내 돈을 잃을 수 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조만간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에 공매도로 맞설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서고 있다.
 
정부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백약처방이 무효할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에 치이고, 정치권 등살에 떠밀려 원칙론만 반복하는 당국의 태도가 아쉽다.
 
안창현 증권부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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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