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배달 중 불법 진로변경하다 사망, 업무상재해 아냐"
"범죄 행위 원인 재해는 업무 상당인과관계 부인돼"
입력 : 2021-02-28 09:00:00 수정 : 2021-02-28 0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배달업체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업무를 하던 중 불법으로 진로를 변경하다가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A씨의 위법한 진로 변경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서 발생한 것이므로 A씨의 배달 업무 수행과 사고로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그렇다면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8년 6월20일 오토바이로 도로를 운행하던 중 직진차로인 6차로에서 4차로로 진로 변경을 한 후 다시 좌회전차로인 3차로로 진로 변경을 하다가 3차로에서 직진 주행하던 차량의 우측 앞부분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이 사고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같은 날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같은 해 8월30일 A씨가 배달을 완료한 후 이동하다가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유족급여 등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도로교통법 위반이 사고의 원인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부지급 결정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 유족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 장소의 4차로와 3차로 사이에 백색실선이 그어져 있으므로 A씨가 진로를 변경한 행위는 도로교통법 14조 5항 위반 행위"라며 "또한 3차로를 주행하는 차를 확인하지 않고,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진로를 변경한 행위는 도로교통법 48조의 안전운전 의무 위반 행위에도 해당하는바 이와 같은 각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는 같은 법 156조에 따라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재보험법 37조 2항에 규정된 근로자의 고의·자해 행위나 범죄 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재해의 경우에는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부인된다"며 "이 사건 사고는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 것이기는 하나, 좌회전차로로 진로 변경이 금지된 도로에서 위법하게 진로 변경을 하다가 발생했다고 할 것이므로 업무 수행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서울행정법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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