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얀마 사태에 닫힌 바닷길…한국 기업 어쩌나
해운사들, 3월 말까지 양곤 운항 중단
미얀마 진출 국내 기업 107곳…"물류대란 주시"
입력 : 2021-03-17 14:38:59 수정 : 2021-03-17 14:38:59
[뉴스토마토 김지영·최유라 기자]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가 격화하면서 해운사들이 양곤행 물류 운송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이처럼 물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얀마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해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싱가포르~미얀마 양곤 노선을 운항하는 선사들 중 한 두곳을 제외한 대부분은 이달 말까지 운항을 중단한다. 한국에서 양곤으로 가는 선박 대다수는 부산에서 출발해 싱가포르에서 소규모 선박으로 물품을 옮겨 싣는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양곤 노선 운항 중단은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치명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선사들은 스케줄은 유지하지만 예약은 받지 않는 식으로 양곤 출입을 줄이고 있다. 실제 홍콩 국적 선사 OOCL은 최근 미얀마 행 예약은 물론 기존 예약까지 취소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미얀마 현지 내륙 운송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선박 운항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얀마 정세가 혼란스러워지면서 현재 양곤 터미널에 쌓인 물품을 내륙으로 운반할 트럭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터미널에 짐이 쌓이면서 해운사들이 양곤에 들어가도 물품을 내려놓을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여기에 세관 직원들도 부족해 통관도 평소보다 늦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튜 유우(KayThwe Oo)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무역관은 "2월8일 이후 확대된 시민불복종 운동(CDM)으로 인해 공무원과 은행, 항만, 공항 근로자들 상당수가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현재 정상적인 물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곤으로 가는 해상 운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미얀마 양곤에서 경찰이 반 군부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쏘고 음향 폭탄을 터트리자 시위대가 퇴각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한국수출입은행과 코트라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국내 기업이 미얀마에 설립한 법인·지사는 107곳에 달한다.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주요 업종은 의료·봉제를 비롯해 석유, 가스, 제조업 등이다.
 
대기업 중에서는 포스코 그룹이 미얀마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가스전을 비롯해 미곡종합처리장(RPC), 호텔 사업을 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경우 아직 물류 문제에 따른 사업 차질은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가스전 사업의 가스는 관을 통해 운반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상황이 안 좋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아연도금·컬러강판 공장을 운영 중인 미얀마 포스코 C&C 또한 물류 문제에 따른 생산 차질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LG, 효성 등 다른 대기업들은 현지 사업 규모가 크지 않아 타격이 큰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아직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지만 미얀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물류 대란의 영향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상 운송이 중단되자 중국을 통한 육상경로로 원자재를 공급받거나, 양곤 인근 태국 람차방, 방콕항을 통해 물품을 받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양곤행을 기피하면서 이 노선 운임도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며 "다른 경로로 물품을 받는 경우라도 운송 방법이 복잡해짐에 따른 물류비 상승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지영·최유라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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