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칼럼)LH 사태, 이익 몰수와 추징이 필수
입력 : 2021-03-24 13:35:27 수정 : 2021-03-24 13:35:27
최용민 산업2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데 난데없이 친일파 논란이 일어났다. 현재 국회 국토위원회는 땅 투기 공직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처벌 규정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법안에는 땅 투기에 나선 공직자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이나 그 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게 하고, 취득한 재산을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친일파 논란은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LH 직원에게도 이번 개정안 내용을 소급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회 국토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소급 적용을 반대하며 “몰수나 추징, 혹은 형벌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것은 친일 재산이나 부패 재산 같은 것이다. 소급 조항은 백발백중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결국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번 개정안 몰수 추징 조항에서 소급 적용 내용을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LH 직원에 대한 소급 적용이 불가능해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급 적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입증돼도 이들이 사들인 3기 신도시 땅을 몰수할 수 없고, 이들도 신도시 토지보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의원은 이들을 대토보상에서 제외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토보상만 받지 못할 뿐 현금 보상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이번 사건의 당사자들을 친일파와 똑같이 볼 수 없다며 소급 적용을 반대했다. 조 의원은 소급 적용이 가능했던 ‘친일재산귀속특별법’에 대해 “일제강점기 친일 행위가 당시엔 이를 처벌하는 법이 없었지만, 자연법으로 봐도 분명히 범행에 해당하고 양심의 가책이 있었을 것이기에 이후에 처벌조항이 생겼을 때 소급효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쟁의 핵심은 자연법으로 봐도 범행에 해당하고, 양심의 가책이 있었을 것으로 좁혀진다.
 
이를 LH 직원에게 적용하면 충분히 소급 적용이 가능한 것 아닌지 의구심이 높아진다. 자연법으로 봐도 폐쇄적인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에 나선 것을 범행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은 동의하기가 힘들다. 특히 LH 직원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힘들다. LH 직원 2명은 이번 사태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명백한 정보에 의한 것인지만 확인되면 환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가 명백하다면 이들의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개정안으로 향후 땅 투기 당사자에 대한 처벌 규정만 만들고 과거 땅 투기로 이익을 본 사람들에 대해 이익 환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적 법 감정에도 반할 수 있다. 이번에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일었는데 향후 대놓고 땅 투기할 공직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소급 적용이다. 결국 땅 투기자가 승리하는 그런 사회는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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