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사업 탈락 대학들 "공동선언·정부 집단방문 모색"
기본역량진단 평가 기준에 반발…일부 학생은 법정 대응도 강구
입력 : 2021-08-25 16:08:15 수정 : 2021-08-25 16:08:15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교육부가 수십억원 규모의 지원 사업에서 대학 52곳을 탈락시킨지 일주일 넘게 지났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학들이 공동행동에 나설 계획을 구상하는가 하면, 일부 학생은 법정 투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에서 탈락한 일반대 25곳과 전문대 총장들이 공동건의문 작성을 진행하며서 정부 집단 방문을 의논하고 있다.
 
경기 지역 용인대학교의 허욱 기획처장은 "25개 대학이 힘을 모아 기획재정부라든지 교육부, 국무총리실 방문해서 미선정 오명도 벗고 미선정 대학에 대한 타당한 구제책을 촉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계속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총장들이 만나 공동건의문 작성하고 있고, 방문 일정을 잡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탈락 대학들은 평가 기준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정량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정성 평가 때문에 당락이 갈려버린 대학들의 반발이 큰 편이다. 인천 소재 인하대학교의 경우 대학자율역량 강화지원사업(ACE+)에서 수도권 1위,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교육과정 영역에서 92.77점을 받았다가 이번 평가의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에서는 백분율 기준 67점을 받았다. 인하대에서는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가 불과 3년 만에 67점으로 하락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정성평가의 자의성이 문제점으로 판단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용인대의 허 처장도 "용인대는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69.3점, 성선여대도 비슷하게 받았다"면서 "운영을 아예 안하는 수준이라면 모를까, D에 해당하는 점수는 학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정량 평가에서 매우 우수하게 받았는데 수도권 대학이 정성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게 의아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비수도권 대학 역시 교육 당국의 평가가 '널뛰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충남 소재 유원대학교 관계자는 "정량 지표는 지난 평가와 거의 비슷하지만 정성지표에서 차이나고, 정량 지표는 만점받았는데 정성 지표에서 낮아진 것에 대해 이의신청했다"고 말했다.
 
각 대학들의 이의제기 결과는 이번달 말에 나올 예정이지만 교육부의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가결과에서 부정비리로 감점받은 대학이 무혐의가 나자 교육부가 다시 등급을 회복시킨 것 외에는 수용 사례가 많지 않다.
 
결국 대학들은 확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4년제 대학 단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17일 가결과 발표 당일 "이분법적 처분으로 탈락한 대학에도 구제 차원에서 별도의 지원 방도를 마련줄 것을 요구한다"며 "일반 대학에 대한 혁신지원사업비 규모를 2조원 규모로 대폭 확대하고 집행상 자율권을 부여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일부 학생들은 법적 수단까지 강구하고 있다. 인하대에서 항의 집회 비용 모금을 주도하고 정부세종청사 부근에서 총학생회와 같이 시위 중인 학생 A씨는 "교육부가 평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이의제기를 제대로 하기도 힘들었던 상황"이라며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정보 미공개 등을 행정쟁송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현 평가 체제가 큰 문제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량 평가는 각 지표 만점이 대학 평균 수준"이라며 "정성평가 역시 정량 요소를 토대로 진행했기 때문에 충분히 객관적"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의구심에 대해서도 " 2019년 6월 기본계획 만들때부터 학교 의견 수렴 거쳐 최종 결정했다"면서 "개선 필요한 부분이면 다음 평가계획 때 다시 한번 검토하겠지만, 현재는 학교별로 유불리 따라 주장하는 거 같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보다 긴 안목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대학교육연구소 황희란 연구원은 "근본적으로는 지방대 위기 상황에서 나오는 반발"이라며 "어떻게 대학들을 살릴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나 방안이 미리 마련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소폭이 둔화되기 시작하는 오는 2025년 이후 중장기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며 "재정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본관 대강당에서 '2021 대학 기본 역량진단 공정 심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강당 좌석에는 코로나로 인해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이 평가 탈락에 반발하며 학과 점퍼를 걸어놨다. 사진/인하대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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