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한글 공부해 영탁이에게 편지도 썼어요"
2021년 서울지역 '문해교육' 시화전 개최
배움 속 찾은 인생의 희망, 글·그림으로 표현
"가슴에 담았던 '내 삶'의 이야기 작품에 풀어"
입력 : 2021-09-30 16:15:44 수정 : 2021-09-30 19:46:49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어머니, 내가 한글을 15년 공부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트로트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영탁이 노래 가사를 읽을 수 있어요. '영탁! 하는 일 잘되길 바람!' 영탁이에게 편지도 썼어요."
 
서울에 사는 박영자 씨(80)는 최근 '어머니 전상서'라는 시화로 서울특별시장상을 수상했다.
 
박 씨는 "글을 못 쓰는 내 손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어머니가 낳아준 내 몸, 손 하나도 소중하다고 느낀다"며 "65세의 나이에 한글을 공부한 뒤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가사를 읽고 팬레터를 쓸 수 있는 나 자신이 좋아졌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련 씨(67)는 '60년 만에 되찾은 여름'이라는 작품으로 서울특별시교육감상을 받았다.
 
60년 전 선생님의 육성회비 독촉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난 여름, 학교를 그만두는 자신의 눈물과 땡볕 아래서 일하던 어머니의 땀방울을 씻어주지 않은 소나기에 대한 원망을 글과 그림으로 담았다.
 
김 씨는 "60년이 지나 다시 글을 배우게 되며 잃어버린 여름날을 찾았다"며 "학교에서 쫓겨난 설움이 소나기에 씻긴 것처럼 이제 우산을 써야겠다"며 변화된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배우지 못해 아팠던 기억을 배움을 통해 치유하고 잃어버린 줄 알았던 인생의 봄날을 찾은 서울시 문해교육 학습자들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인생을 담은 시화전을 연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원장 김주명)은 '2021년 서울지역 문해교육 시화전'을 온라인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40명의 문해 학습자들이 '세월로 쓰고 마음으로 그린, 시와 그림 이야기'란 주제로 배움 속에서 찾은 인생의 희망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전시다.
 
학습자들은 가난과 차별 등으로 배움의 때를 놓쳤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서울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접한 뒤 새롭게 쌓은 배움의 결실과 평생 가슴 한구석에 담아두었던 '내 삶'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풀었다.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문해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학습자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더욱 커졌다. 작품은 올해 190점이 접수됐으며 지난해 111개보다 훨씬 많다.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선정된 40개의 수상작이 이번 시화전에서 공개된다.
 
40개 수상작은 서울특별시장상 3편, 서울특별시교육감상 6편,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장상 15편, 전국 문해교육 시화전 입상작 16편이다. 진흥원은 내달 5일 소규모 시상식을 개최해 수상자를 격려할 예정이다.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은 "이번 시화작품에는 가슴 아린 삶의 서러움도 있지만 글을 깨우치고 세상을 긍정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학습자들의 모습이 있어 큰 감동을 준다"며 "시화 작품을 감상하는 분들도 함께 평생 배움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해 교육 시화전에서 서울시장상을 수상한 어머니전상서(좌)와 60년 만에 되찾은 여름. 사진/서울시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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