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대론 어렵다"…팬데믹에 업종 판도 바뀌는 지하철 상가
공실 철거·창고 조성 등으로 공실률 낮춰
단순 구매에서 물건 보관·일 등 '경험' 구매로 다변화
입력 : 2021-11-08 06:00:00 수정 : 2021-11-08 15:19:56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상가 입찰 준비 중입니다."
 
대학·클럽 등 20대가 몰리는 홍대입구역에는 2년 넘도록 공실인 상가가 있다. 2019년 10월24일부로 상가의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서 새로운 계약자가 여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5·6호선·경의중앙선·공항철도 등 무려 4개 노선이 지나는 공덕역도 곳곳이 공실이었다. 2개 상가를 합쳐서 운영했던 점포는 1개 점포로 축소해 옆 호실로 옮겼다.
 
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지상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늘어난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으로 한숨 돌리는 사이, 지하의 상인들은 여전히 공실 상권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 상가는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부터 공실률이 급격히 늘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집계된 서울 지하철역 상가의 공실률은 약 10%다. 지난해 1676개였던 점포 수가 철거 등으로 1621개로 줄어들고 임대료 하락, 입찰 건수 증가 등으로 그나마 회복된 수치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실률은 24.4%에 달했다. 4곳 중 1곳이 공실인 셈이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 상반기(32.7%)에는 무려 3곳 중 1곳이 공실이었다.
 
지하철 역의 상권은 입찰이 진행돼야 들어올 수 있어, 경기 회복 지표가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지하철역 상가 상인들은 위드 코로나가 점차 상권을 회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덕역에서 꽃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기업에서 상가를 한꺼번에 입찰해 재임대를 줬다가 코로나 사태로 철수를 하며 상가 공실이 확 늘었다"며 "위드 코로나로 인해 상가들이 다시 입점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철 1~8호선의 역내 상가를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상생하되, 지하철역 상가의 장기적인 생명력을 위해서는 역내 상가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팬데믹이나 경제 위기에 덜 흔들릴 수 있도록 단순 구매 형태의 가게를 벗어나 경험을 구매할 수 있는 시설로 바꾸는 방식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지하철 역사에 설치하기 시작한 또따스토리지는 역사 내 공실상가와 유휴공간을 활용한 무인 창고 시스템이다. 물품 보관이 마땅치 않은 소형 가구를 겨냥했다. 환승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는 공유오피스가 들어서거나 스마트팜을 체험할 수 있는 메트로팜도 들어섰다. 
 
지하철역 상가에 입점할 수 있는 상가의 범위도 늘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도시철도 역사 내 편의시설의 설치 및 운영 규정'을 통해 약국 등의 개설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따라서 지난 10월 기준 1~8호선 지하철역에 개설된 약국은 28곳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달 약국과 병원을 결합한 메디컬존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데, 입찰이 잘 이뤄지면 공실률 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지하철역 상가의 주력 상품은 액세서리나 화장품, 옷가지들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일할 때, 아플 때, 물건을 보관해야 할 때 등 경험에 의한 소비가 가능하도록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며 "상품을 단군하게 판매하던 시대에서 고객 경험을 구매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오후 지하철 공덕역 내 옷가게에 '점포정리 쎄일'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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