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미국 파운드리 확정한 삼성…100조 총알로 다음 투자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확대 나서기 위한 M&A 관심
시장 가격 상승·독점 규제 등 고려 사항 많아 고심
입력 : 2021-12-03 08:55:00 수정 : 2021-12-03 08:55:0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일 10: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삼성전자(005930)가 미국에 건설하는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를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확정하며 170억 달러(약 20조원)에 달하는 투자에 나섰다. 이번 투자는 앞서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달성을 위해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향후 투자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관련 전장용 시스템 반도체 업체 인수·합병(M&A)이 다음 행보가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앞서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전문업체 NXP세미컨덕터즈(NXP)를 인수하기 위해 나섰지만, 가격 문제로 철회하면서 다른 M&A 대상 기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사진/뉴시스
 
30일 삼성전자는 5G 기반 차량 통신칩 ‘엑시노스 오토 T5123’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연산 기능을 갖춘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7’, 차량용 전력관리칩(PMIC) ‘S2VPS01’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등 첨단 기능을 갖춘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일부 센서 등의 반도체 부품이 들어가지만, 수량이 많지 않고 단가가 낮다는 이유로 그간 반도체업체들이 시장 진출을 꺼려 하면서 중견 반도체기업들이 시장을 다져오고 있는 분야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각국의 전기차 도입 확대로 자율주행, 종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원격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차량이 늘어나면서 고성능 반도체가 요구되고 있다. 이 같은 반도체들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전문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공고히 하고 있는 분야다.
 
차량용 반도체 업계 1위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를 비롯해 삼성전자가 관심을 보였던 네덜란드 NXP,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시장 절반을 차지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최대 450억달러(한화 약 52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IHS마킷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전기차에서 반도체 사용금액은 92%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향후 미래 먹거리 분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자율주행 기술 레벨2 수준(특정 상황에서 보조 시스템 작동)에서 드는 차량용 반도체 비용은 평균 160~180달러라고 분석했다. 또한 레벨2에서 레벨2.5로 올라가게 되면 반도체 사용금액이 85%, 레벨4 자율주행차량에서는 레벨2.5에 비해 3배나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향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5에는 반도체 비용이 1150~1250달러로 올라 7배가량이 뛸 것으로 전망했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자 삼성전자도 이에 맞춰 차량용 반도체를 선보이면서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한 두개를 선보인다고 해서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에는 단순한 마이크로콘트롤유닛(MCU) 중심의 반도체가 주를 이뤘지만, 자율주행 전기차의 경우 각각의 부품들이 고성능화되면서 MCU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도 다양해지고 있다”라며 “전력공급 반도체 칩만 해도 종류가 다양하게 있어 후발주자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삼성전자 역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차량용 반도체 업체의 M&A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차량용 반도체 업체의 노하우와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합쳐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수합병 후보로 전장 분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던 만큼 2016년 미국 차량용 전자장비 기업 하만인터내셔널 인수 이후 전장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고객사 확보도 중요한데 기존 업체들은 각기 공급업체가 정해져 있다는 점도 M&A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새롭게 진입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선 기술력을 인정받아야 하고 장기적인 신뢰도도 확보해야 하는데 이미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개화한 시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선 M&A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 업체의 몸값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반도체의 경우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영국, 유럽연합(EU), 대만, 브라질, 싱가포르 등 8개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관심을 보였던 NXP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분야가 관심을 끌면서 시가총액이 약 68조원에 육박한 상태로 시총보다 높은 인수금액을 고려하면 80조원에 인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시총은 약 213조원이고,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는 62조원, ST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는 53조원,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30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17억8131억원으로 단기성차입금 16조원을 빼더라도 101조원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자금 확보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하만 인수에 9조원을 썼던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외에도 5G, AI 등의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다음 전략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무작정 돈을 풀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거론된 업체들의 경우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미래 성장 분야로서 투자 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중국의 합병 승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차량용 반도체 분야는 갈수록 커지는 산업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종합 반도체 회사로 여러 분야에 진출해 있어 자신들이 부족한 부분을 강화하기 위한 M&A 전략을 세울 것이고, 그 가운데 하나가 차량용 반도체 분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문제는 반도체기업 인수는 독과점 문제로 인해 진출해 있는 국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과거 중국의 반대로 퀄컴의 NXP 인수가 불발된 사례처럼 불확실성이 존재해 이를 더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중소형 업체들을 인수한 다음 자금력을 동원해 빠르게 키워나가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수합병과 관련해 여러 분야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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