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본 LP 명반 가이드북' 펴낸 사토 유키에
"신중현 음악 없었다면 K팝도 없어"
입력 : 2022-01-27 17:19:16 수정 : 2022-01-27 17:19:1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995년 신중현의 음악을 접한 뒤 한국 록을 알고 싶은 갈망이 끓어 올랐습니다. 1999년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밴드 곱창전골을 결성하고 2006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서울에서 살고 있는 사토 유키에. 그가 최근 저서 '일본 LP 명반 가이드북'을 펴냈습니다.
 
한국인들이 접하지 못한 일본 대중음악을 역사적 관점에서 세세히 짚는 책으로, 음악 애호가들 사이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 그의 자택에서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지금까지) 60년대 스파이더스가 나왔다가, 70년대 나가부치 츠요시가 나오고 그 다음(90년대) X재팬이 나왔다는 연결 흐름(은 잘 알지만) 그 사이 뭐가 있었는지 연대기를 정리한 서적이 없었어요. 일본 대중음악 역사가 있을 것인데, (출판사인 안나푸르나 대표가)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있는 방향을 원했습니다. 연대별로 쓰는 과정에서 2018년 처음 쓸 당시 록, 포크, 가요 밖에 없었는데, 그 사이 '시티팝 열풍이 장난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티팝까지 추가해보자고 했습니다.
 
-1998년 문화 개방 이전 정치, 역사적 금기로 ‘불모지’에 가까웠던 일본 음악 흐름을 한눈에 조망하는 책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음악들을 골라 설명한 것인가요?
음반 기준은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주라는 (출판사) 요청에 맞춰서, 터닝포인트가 되는 음반들이 있잖아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음반을 골라야한다고 생각했고요. 일본에서도 대중음악 역사 책 많이 나오니까, 일본에서도 인정하는 포인트 명반이 있어요. 일본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이걸 모르면 안될 것 같다’ 하는 음반을 골라야한다고 어느정도 생각을 했었고요. 마지막으로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반이 마지막 선택기준이었어요.
 
-책에 실린 대표 음반들 몇개만 소개해주신다면?
해피엔드는 일본 어떤 책을 봐도 명반이라 소개되고 있고요. 이거 모르면 이야기 못하는 정도에요. 오오타키 에이이치 ‘A Long Vacation'도 어떤 책을 봐도 그렇죠. 정말 많이 팔았어요. 명반이자 베스트셀러이고요. 지금 시티팝은 이 음반(타케우치 마리아 'Variety') 빼면 이야기를 못합니다. 안리 ‘Timely!!' 도 마찬가지. 데뷔가 70년대에요. 안리도 처음 데뷔시절의 곡들을 좋아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걸 고르고 싶었지만 지금 한국에서도 인기 많은 시티팝이 이 음반이라 골랐어요."
 
-한국과는 어떻게 연을 맺게 됐나요?
1995년 처음 한국에 와서, 신중현 선생님과 산울림 CD LP 사서 일본 집에 갔어요. CD 플레이어로 신중현과 엽전들을 틀었는데, ‘미인’ 전주가 울리는데 뚜루루루루 루뚜루뚜루루 “난데 고레. 조또 마떼(이게 뭐야, 잠깐 잠깐)”을 외쳤어요. 다시 한번 들으려고 플레이를 눌렀고요. 그 정도로 놀랐어요. 다른 것도 재밌게 들었거든요. '장난 아니다' 이러면서요. 근데 충격이 뭐였냐하면, 일본 60~70년대 록 음악과 느낌이 정말 비슷해요. 그래도 또 완전히 달라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 비슷한데 완전히 달라서, 이것은 연구해야 한다 싶었죠. 신중현 선생님이 자기가 한국의 록 음악이다. 아시아 록 음악 만들고 싶다고 만드신 거에요. 한국에 신중현 선생님 없으면 지금의 K팝 없어요. 그런 개념을 처음 만드셨던 분이거든요.
 
-밴드 곱창전골로 한국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한국 음식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곱창전골) 멤버들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일본에 있고, 공연도 못하고 한국에 못들어 오고 있어요. 벌써 2~3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보고 싶고요.
이건 일본에서 냈던 책인데 일본에서는 음악 책 말고 음식 책을 냈어요. 한국 B급 음식 대전. 일본에서는 음악 칼럼니스트 말고 음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삭힌 홍어도 드신다고 들었는데요?
맞습니다. 밴드 결성 당시는 홍어를 몰랐고, 곱창전골도 먹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모츠나베라고 곱창 음식이 있어 (익숙했고) 그래서 곱창전골이라는 이름을 밴드에 붙였어요. 만약 홍어를 알고 있었으면 홍어회라고 붙였을 거에요. 홍어회라는 밴드 이름이 되고 싶었었어요.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문화는 어떤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치하고 문화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정치 상황이 안좋은 것과는 달리 문화는 금방 돌아와요. 멈추지 못해요. 북한 같은 상황이 아닌 이상은요. 그렇게 되면 문제가 있지만요. 
70년대 그렇게 힘들어도 한국 사람들이 '블루라이트 요코하마'를 다 알고 불렀잖아요. 지금 일본과 한국 젊은 친구들은 서로서로를 좋아해요. 저도 LP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고 DJ를 하다보면 젊은 한국 친구가 일본 노래를 요청해주는 음악을 받아요. 그런 것을 보면 그 친구들이 또 나이가 들어서 정치 리더가 되는 상태가 되면 어쨌든 미래에 또 바뀌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도 일본 연예인 보다 BTS가 멋있대요.
친구가 있는 나라에 나쁘게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역사와 문화는 다릅니다 하는 의견도 있긴 있지만, 그런 젊은 친구들이 미래로 나간다면 어쨌든 바뀌지 않을까요. 낙천적으로 상상하고 기대해봅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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