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대우조선을 위한 공화제형 지배구조 모색
입력 : 2022-02-16 06:00:00 수정 : 2022-02-16 06:00:00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애초부터 상당수 전문가들 사이에 실익이 없는 기업결합이라는 지적이 컸다. 대우조선 노조와 경남 거제도 주민들의 반대론도 거셌다. 그런데도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강행했지만, 끝내 타의에 의해 좌절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인수합병이 무산되고 나니 대우조선의 앞날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대신증권은 기업 결합 불허로 대우조선의 재무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목표주가를 10% 넘게 깎아내렸다.
 
한국 조선업의 앞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형 조선 3사가 다시 격한 수주 경쟁을 벌이면 모두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중국 조선업체들도 한국을 따라잡으려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 조선업체들의 건조기술이 아직까지 앞서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대형컨테이너선 등 고부가선박에 관한 한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다. 수주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수주는 꾸준히 해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수익성이다.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으면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개선과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진다. 향후 매각이든 독자생존이든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우선은 대우조선해양의 수익성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삼성중공업을 포함해 모든 조선업체가 대동소이하다.
 
나아가서는 대우조선의 지속가능한 생존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대중공업의 인수가 생존방안 가운데 하나였지만, 이 방안이 무산됐으니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생존할 뿐만 아니라 경쟁력도 유지하거나 더욱 강화할 방안이 필요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의 앞날에 대해 “민간기업을 찾아 주인 찾아주기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어차피 지금처럼 산업은행이 언제까지나 끌고 갈 수는 없다. 이동걸 회장이 밝힌 방침은 공감되고도 남는다.
 
새로운 주인의 후보로 몇몇 민간 대기업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큰 것 같지 않다. 따라서 다른 대안도 모색될 필요가 있다.
 
민영화를 추진하되 특정 재벌에게 지배주주 자리를 넘겨주지 않는 방법도 있다. 여러 주주들이 지분을 분할 보유하면서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하는 민영화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포스코와 KT가 그런 방식으로 민영화되어 경영되고 있다. 최근 정부 품을 떠난 우리은행도 비슷하다. 다만 지배주주가 없다 보니 정부와 정치권이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의 문제도 적지 않았다.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경영은 앞으로 ‘선진 한국’의 새로운 기업지배구조의 유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재벌이 지배하는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제왕형’이라고 한다면, 이사회가 중심을 잡고 경영하는 지배구조를 ‘공화제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선진국 대기업의 경우 대체로 이런 공화제형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런 지배구조가 채권자와 주주 및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받기에도 더 적합해 보인다. 일부 대선후보가 이야기하는 노동이사제도 잘 활용하면 유익할 것이다.
 
현재 제왕형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재벌들도 언젠가는 공화제형으로 바뀐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이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으므로 훗날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게다가 제왕형 지배구조가 언제나 효율적인 것도 아니요, 늘 성공한 것도 아니다. 적지 않은 재벌들이 제왕형 지배구조를 억지로 유지하다가 실패하고 무너져 버렸다. 까다로운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내놓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지금 대우조선을 제대로 경영할 대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이제 대우조선의 경우도 제왕형 지배구조에 미련을 두지 말고, 공화제형 지배구조를 통해 새 출발 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다만 지금 같은 대형 3사 체제로 과연 수익성을 유지해 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적했듯이 3사가 앞으로도 중복투자와 과도한 수주 경쟁을 일삼는다면, 수익성 향상이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대우조선 민영화와 새로운 지배구조를 확립하면서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아울러 대우조선을 비롯해 한국 조선사들이 다시는 흔들리지 않도록 기반을 다시 견고하게 다져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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