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용산공원①)"6월 공원 조성은 오염 정화 안 하겠다는 것"
용산 미군기지서 벤젠오염 지하수 누출 여전
"기지 반환 전 오염부지 정화 마무리 필수"
전문가들 "어디가 얼마나 오염됐는지 알 수 없어"
"3개월 안에 용산공원 조성은 어불성설"
입력 : 2022-03-30 06:00:00 수정 : 2022-04-01 21:32:58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용산 미군기지 반환 이전 협정이 체결된 지는 18년 전이다. 2008년 이전 완료가 당초 계획이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19년 돼서야 10% 남짓 반환됐을 뿐이다. 기지부지 오염 복구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미봉책이다. 이도저도 아닌 불안한 평온상태가 지속됐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 용산 국방부 부지로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이 공간에는 미군 용산기지가 포함됐다. 그러나 미군 기지가 빠진 뒤에는 용산공원이 먼저 들어서야 한다. 용산공원 조성은 고사하고 미군기지 이전만 7년 넘게 걸린다는 것이 환경전문가들 지적이다. 윤 당선인이 용산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나온다(편집자주)
 
차기 정부가 용산 미군기지를 오는 6월 시민공원으로 즉시 개방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환경 오염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도 졸속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용산공원 조성계획도 무리하게 앞당기다가 환경 문제 등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다.
 
29일 환경단체와 전문가, 용산구민 등에 따르면 공원조성 이전에 중요한 것은 발암물질을 포함한 기름 정화 작업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차기 정부와 주민 간의 소통 불통을 이유로 '환경오염 정화를 전혀 안 하겠다라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오염 정화 작업 책임을 두고 기지 반환을 오랫동안 미뤄왔는데, 섣부른 공원 조성으로 미국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나오면서 '굴욕적인 외교'라는 비판도 덩달아 제기된다.
 
"유출 지하수에 암 유발하는 벤젠 검출"
 
용산공원을 조성하려면 반환 받은 미군기지에 대한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사업이 필요하다. 송유관과 유류탱크가 땅 속 깊이 묻혀 있는데다, 시설 노후화로 인해 관을 빠져나온 기름이 여전히 인근 지하수로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용산 미군기지 내 오염도는 기지 반환 이전에는 대한민국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내부 오염도가 예상을 뛰어넘게 심각할 것이라는 짐작은 가능하다. 반환 예정 기지의 유출 지하수의 오염도가 봐도 캠프 킴 내부의 오염도를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지난 2008년부터 기름에 오염된 지하수를 정화하고 있지만 2020년 기준 미군기지 주변 지하수에서는 맹독성 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1423배나 초과 검출됐다. 벤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백혈병·암 등을 유발한다.
 
기름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TPH 농도는 2008년 기준치의 6578배에서 2020년 511배로 줄어들었으나 갈 길은 멀다. TPH도 장시간 노출 시 인체에 각종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미군기지에서는 199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는 난방유·등유·경유를 사용했고 이후에는 항공류인인 jp8을 이용했다.
 
앞서 지난 2020년 12월 반환된 미군기지 일부인 '캠프 킴'의 경우는 당시 환경부 조사 결과 기준치 대비 벤젠은 3.4배, TPH는 33.9배가 초과 검출됐었다. 국방부가 1년 넘게 정화 작업을 했으나 여전히 기준치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전문가들은 미군기지의 정화사업에 5~10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6월 공원 조성은 정화 안 하겠다는 것"
 
용산공원 조성 소관기관인 국토교통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용산 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변경계획'을 고시하며 기지 반환 시점으로부터 공원 개원에 7년을 소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이 기간도 최소한의 시간으로 보고 있다. 반환과 오염도 산출이 끝나고 오로지 정화 작업에만 소요하기에도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지금은 반환 이전이기 때문에 실제로 어디가 얼마나 오염됐는지 정보를 산출할 수가 없다"라며 "유출된 지하수 오염도만 봐도 심각한데, 국토부의 7년이라는 계획도 굉장히 보수적인 기간인데 아직 반환도 안 된 곳을 3개월 안에 조성하겠다는 것은 정화 작업을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환 이후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지면 정부가 졸속 추진을 부인하려 미군한테는 책임이 없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며 "미군이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고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내고 오염 문제도 다 감당하겠다는 태도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힐링' 공간 아닌 '킬링' 공간될 것"
 
구민들은 '뽑아줬더니 배신'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강남3구에 이어 용산의득표율(56.44%)이 서울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정작 당선 후에는 주민 생활과 직결된 환경 문제에 관한 우려를 해소할 창구가 없다고 호소하는 분위기다.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한강로1가 특별계획구역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용산공원 조성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많이 없지만 기껏 뽑아줬더니 주민 의견 무시한다고 화내는 분들이 많다"며 "용산구민인 나또한 공원이 힐링(healing)의 공간이 돼야 하는데 킬링(killing) 공간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김은희 용산시민회의 대표는 "윤 당선자는 반환 절차와 환경정화, 공원 조성 등 절차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며 "깨끗하게 정화를 해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땅만 받으려고 하면 오염이 더 퍼질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용산시민회의 소속 용산구 주민들이 지난해 12월26일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용산미군기지를 바라보며 기지의 온전한 반환과 용산공원의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촉구하는 걷기대회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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