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임용시 '교정청력' 불인정은 인권 침해 소지"
인권위 "인권위법 제19조·25조 위반"
"경찰 기준 높지 않으나, 차별 우려"
입력 : 2022-04-07 12:00:00 수정 : 2022-04-07 12: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경찰공무원 채용 시 정상 청력만을 인정하는 신체검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현행 기준이 과도하지는 않다면서도 차별 발생 요소가 존재한다며 관련 기준 개선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7일 A씨가 경찰이 교정 청력자에 대한 채용 차별을 한다는 내용의 진정 사건을 기각했다. 그러나 일부 채용 과정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경찰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기준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청각장애인으로 보청기 등 청각 교정 장치를 착용하고 있다. A씨는 경찰 공무원을 희망했지만,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신체검사에서 정상 청력 이외에 교정 청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아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이에 A씨는 교정 청력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전문가 소견상 교정 청력은 교정하더라도 일반 청력보다 분별력이 떨어진다”며 “정상 청력을 40db(데시벨)로 정한 현행 규정은 과도한 제한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 업무 대부분이 소음에 노출된 현장이고, 육성이나 무전기 사용 등 상황을 청취하고 전파한다”며 “세밀하고 정확한 진술 청취와 신속한 판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청력은 업무수행에 주요한 신체 요소”라고 했다. 
 
실제 경찰이 2019년 실시한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신체검사 기준 개선에 관한 연구’에서도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주요 국가에서 20~45dB 이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 역시 청력 보조기의 사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영국 런던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의 경우 청력 보조기 사용을 인정하고 추가 검진을 통한 적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원위는 “해외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찰공무원의 청력 기준이 높다고 볼 수 없다”며 경찰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인권위는 “청력이 떨어지는 난청자 모두가 일률적으로 말소리를 분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으며 보청기 착용 시 어음 분별력이 거의 정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정상 청력만을 인정하는 현행 기준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현재 보청기가 고도의 기술이 적용돼 수중 착용을 제외하고 귀에서 이탈하지 않고, 배터리 수명 역시 일정 시간 지속해 취침 중에도 착용할 수 있는 점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영국 런던의 경우와 국내 소방공무원의 채용기준에서도 교정 청력이 인정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인권위법 제19조, 제25조에 따라 경찰이 교정 청력자에 대한 채용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8월23일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296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인권경찰 다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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