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10명 중 3명 '코로나 실직'…극단적 시도까지 '빨간불'
체감실업자 717명 열흘간 조사
체감실업자 48.4% '극단적 선택' 고려·시도
"취약계층에 적극적·장기적 지원 필요"
입력 : 2022-04-18 12:16:00 수정 : 2022-04-18 12:16:00
[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실업자 10명 중 3명이 실직 사유로 코로나19를 꼽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사람은 삶의 만족도가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경우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졸 이하 저학력자, 월평균 가구소득 300만원 미만 등의 집단의 경우는 실업과 정신건강 부분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8일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공개한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의 경험과 건강 영향'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8.4%가 '실직 경험이 코로나19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고 답했다.
 
이 중 여성(31.2%), 주당 취업시간이 36시간보다 적으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부분실업자(35.5%), 자발적 실직자(34.1%) 등의 집단에서 유의미한 응답률을 보였다.
 
'실직이 코로나19와 관련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삶의 만족도가 코로나19 이전 5.20점에서 이후 3.54점으로 1.66점 떨어졌다. 반면, '코로나19가 실직에 영향을 미쳤다'고 대답한 경우 삶의 만족도는 코로나19 이전 5.51점에서 이후 2.92점으로 2.59점 하락하는 등 더 큰 하락폭을 보였다.
 
또 체감실업자 41.1%는 '실직으로 경제적 위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28.3%는 '잘 지내던 사람과의 관계가 깨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50대, 월소득 300만원 미만, 부분실업자, 코로나19 관련 실직 경험자 등에서 유의미하게 높았다.
 
체감실업자는 울분, 우울 등에서 전국민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거나 실행한 비율도 높았다. 체감실업자의 30.5%는 '1년 사이 극단적 선택을 심하게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11.6%는 '극단적 선택'을 계획했고, 6.3%는 '직접 시도해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응답자 중 37.1%, 계획자의 48.2%는 '시도'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은 여성, 30대, 월평균 가구소득 300만원 미만, 고졸 이하 저학력자 등의 집단에서 유의미하게 높았다.
 
체감실업자의 26.3%는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만한 주변인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2월 일반인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 13.3%보다 13.0%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러한 사회적 지지 지표는 남성, 40대, 월평균 가구소득 300만원 미만 등의 집단에서 낮게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체감실업자들은 현재의 실업 상태와 앞으로의 일자리 전망에 대해 높은 부담과 구직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체감실업자의 정신건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코로나19와 관련된 실직 경험은 저학력, 저소득 및 4회 이상의 다빈도 실직 경험과 더불어 실업 상황 인식과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통 요인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는 일상 복원의 길목에 서 있는 듯하다"면서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취약층에게 더욱 가혹하고, 그런 만큼 이들에게 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지난 3월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 국내 체감실업자 만18세 이상 성인 남녀 71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체감실업자에는 기존의 실업자는 물론, 주당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부분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활동을 했지만 취업을 못한 잠재취업가능자 등을 포함했다.
 
18일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공개한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의 경험과 건강 영향'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8.4%가 '실직 경험이 코로나19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고 답했다. 사진은 구인게시판을 보고있는 시민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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