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주린이·요린이' 표현은 아동 비하"
"방송·인터넷 사용 자제" 관련 부처에 권고
문체부 "정감 있게 부르는 말이란 의견도"
국립국어원 "차별적 표현 범위 명확치 않아"
입력 : 2022-05-03 17:29:17 수정 : 2022-05-03 17:29:17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각 분야의 초보자를 어린이에 빗댄 신조어 '~린이'를 방송·인터넷에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아동을 비하하고 부정적 고정관념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3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공공기관의 공문서 등에 ‘~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홍보와 교육 등 방안을 마련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는 방송·인터넷에서 이런 단어를 쓰지 않도록 점검하라는 의견을 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에는 최근 방송·인터넷 등에서 '어떤 것에 입문했거나 실력이 부족한 사람'을 빗대  '~린이'라고 줄여 말하는 것이 아동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라며 진정이 제기됐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어린이'는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춰 이르는 말이지만, 최근 어떤 분야에서 실력이 낮은 사람을 일컫는 표현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요리 초보자는 '요린이', 주식 초보자는 '주린이'로 불리는 경우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이 진정에 대해 피해자가 특정되거나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각하했지만, 아동비하 표현의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각 관계 기관에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린이’란 표현은 아동이 권리의 주체이자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아동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표현이 방송·인터넷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됨으로써 아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평가가 사회 저변에 뿌리내릴 수 있고 향후 아동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유해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인권위에 "'~린이'는 차별적인 단어로 보는 의견도 있지만, 어떤 일에 아직 미숙한 사람을 어린이에 빗대 비하하는 의미가 아니라 정감있게 표현하는 말이라 차별적 표현으로 보기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립국어원도 "차별적 표현의 정의와 범위가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린이'가 차별적 표현인지 아닌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가 3일 신조어 '~린이'를 방송과 인터넷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사진은 이날 경북 대구가톨릭대학교 체리로드 광장에서  어린이날을 맞아 아동학과 재학생들이 어린이와 함께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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