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 재판, 베트남인 첫 증인 채택
응우옌티탄씨 '퐁니사건' 재판 증인으로
"국가배상보다 한국 법원이 진실 밝혀주길"
입력 : 2022-05-10 17:28:05 수정 : 2022-05-10 17:28:05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현지 민간인 학살 사건인 이른바 '퐁니사건' 피해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베트남인이 최초로 증인 심문에 나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판사는 10일 학살사건 피해자 응우옌티탄씨가 우리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청구소송의 7번째 재판에서 베트남인 응우옌득쩌이를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응우옌득쩌이는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이하 퐁니사건) 당시 남베트남 민병대로서 학살 현장을 직접 본 목격자이자 소송을 제기한 응우옌티탄을 구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응우옌티탄의 소송대리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응우옌득쩌이는 퐁니 마을이 불타는 장면을 목격하고 총격 소리를 직접 들었으며, 한국군이 학살 현장에서 이탈한 직후 현장으로 진입해 희생자들을 구조했다”며 “응우옌득쩌이는 학살 피해자가 아닌 남베트남 군인의 증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응우옌득쩌이를 증인으로 채택할지에 대해 민변과 피고 측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피고 측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증인 채택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다만 지역별로 사투리가 심한 베트남 특징에 맞게 민변이 제안한 통역사를 배치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양측이 이견을 보였다. 재판부는 공정성을 이유로 재판부에서 제시한 통역인을 배치하기로 했다.
 
재판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재성 민변 변호사는 “이번에 증인으로 채택된 응우옌티탄은 손해배상 소송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한국 법정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령인데다 국외 여행이 쉽지 않지만 쉽지 않은 기회로 보고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퐁니사건은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 마을에서 한국 해병 청룡부대에 의해 민간인 다수가 학살됐다는 의혹이다. 응우옌티탄씨는 8살이었던 1968년 2월12일, 퐁니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복부에 총상을 입었고 함께 총격당한 가족들도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응우옌티탄씨의 국가배상 소송 8차 변론은 8월9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임재성 변호사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증인 신문여부 결정 국가배상소송 변론기일을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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