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불가피…기업 부채 고려 속도 조절 필요"
한경연 "미 빅스텝 인상 폭 추종할 필요 없어"
입력 : 2022-05-11 11:02:30 수정 : 2022-05-11 11:02:3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폭이 커지면서 물가 안정 등을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기업의 부채 부담을 고려해 이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금융 긴축의 전개와 금리 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계속되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면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담도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이후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 4분기 동안 법인 기업의 예금은행 대출(잔액 기준) 평균 증가율(2.44%)은 가계 대출 평균 증가율(1.95%)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법인 기업 대출 연체율이 가계 대출 연체율보다 대출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대출 금리 상승 시 기업 대출 연체율이 가계 대출 연체율보다 더 많이 증가해 은행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6년 1분기부터 2021년 4분기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기업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기업 대출 연체율은 0.205%포인트 증가하는 것과 비교해 가계 대출 연체율은 가계 대출 금리 1%포인트 상승 시 0.095%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규모가 매우 커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을 얘기할 때 가계부채를 주로 이야기하지만,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은 기업 부문이 더 클 수도 있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 부문 건전성 저하는 오히려 기업 대출 부실화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는 높은 물가상승률의 지속으로 향후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미국의 '빅 스텝(big step)'과 같은 큰 인상 폭을 추종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경제 주체들이 금리 인상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너무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 위축, 금융 건전성 저하, 이에 따른 경기 위축 가속화 등의 부작용을 한국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도록 주문했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면 단기적으로 한·미 정책금리 역전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연방준비제도가 연속적으로 빅 스텝을 밟으면 현재 한국 기준금리(4월 현재 1.5%)를 추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 시 급격한 자금 유출로 자본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과거 경험을 볼 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과거 장기간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 연방기금 금리보다 높게 유지됐던 기간(2005년 7월~2007년 8월, 2018년 3월 ~2020년 2월)이 있었고, 이 기간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는 변동성을 보였을 뿐 지속적인 자금 유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6월부터 외국인 자금 유출이 급증했지만, 이 시기 한·미 정책금리 역전 규모는 오히려 축소되는 시기였다고 언급했다. 한·미 정책금리의 역전 그 자체보다는 국내 경기 침체와 금융 건전성 저하, 글로벌 경기 상황 등 요인이 외국인 투자 유출입에 더 큰 영향을 미치므로 급속한 금리 인상으로 국내 경제 체력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보고서는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FOMC에서 발표한 6월부터의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에 대해 그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방준비제도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시행된 양적 완화 상태를 정상화하기 위해 2017년 10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양적 긴축을 추진해 연방준비제도 자산 규모를 14.8%(약 6589억 달러 규모) 정도 축소한 적이 있었다. 
 
이 기간 정책금리인 연방기금 유효금리(federal fund effective rate)는 1.25%포인트 인상했지만, 미국 국채2년물 금리는 0.29%포인트 상승, 국채10년물 금리는 오히려 0.30%포인트 하락해 양적 긴축이 시장금리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연방준비제도가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양적 긴축을 예고했기 때문에 시장금리에 연방준비제도 자산 축소 정보가 선반영돼 양적 긴축이 본격화되면서 추가적 금리 인상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연준 이사들도 과거 양적 완화와 양적 긴축 간에는 비대칭적 효과가 존재한다고 분석한 적이 있다"며 "만약 과거 경험이 재연된다면 이미 시장금리에 양적 긴축 정보가 선반영돼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만약 향후 경기 침체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된다면 양적 긴축을 장기간 지속할 수 없을 수도 있다"면서 "경제 상황에 따라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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