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플랫폼 수난시대①)'예비 유니콘' 무색…기득권과 갈등, 올해도 'ing'
광고플랫폼이냐 중개플랫폼이냐 판단 놓고 이견
로톡, 세차례 수사기관 무혐의 판단…헌법 소원 결과 남아
강남언니, 대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형…항소 신청
입력 : 2022-05-18 06:00:00 수정 : 2022-05-18 10:50:50
법률부터 의료, 부동산, 세무까지 전 산업에 걸쳐 온라인 플랫폼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법률과 의료 등 서비스의 경우 기존 전문직군과 갈등을 빚으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전문직군 분야 플랫폼의 등장은 정보 비대칭성 해소 측면에서 이용자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기존 전문직 업계에선 플랫폼 종속화 가능성을 들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스타트업계 일각에선 2020년 일명 '타다금지법'에 발목 잡혔던 타다의 사례를 떠올리기도 한다. 변호사 정보를 안내하는 로톡, 성형정보를 공개하는 강남언니 등 혁신을 시도하는 플랫폼들이 타다의 경우처럼 또 다시 좌절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전문직군과 플랫폼 업체들 사이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을 짚어보고, 이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법률 플랫폼 로톡과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문직군과의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로톡의 경우 경찰과 검찰이 잇달아 온라인 법률 플랫폼 '로톡'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있지만 대한변호사협회와 로톡 간 갈등은 변협 내부 규정과 관련해 로톡 서비스를 이용하는 변호사 징계 문제가 남아있다. 강남언니는 사업 초기 행했던 서비스의 위법성이 확인돼 고초를 겪고 있다. 두 플랫폼 모두 혁신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측면에서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고,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되는 등 고성장을 이어왔지만 법적 리스크 해소가 올해 중대 과제가 됐다. 
 
변호사단체들과 법적 공방을 이어온 법률 플랫폼 로톡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건에 대해 수사기관을 통해 세 차례 무혐의 판정 받았다. 
 
서울 서초구 지하철3호선 교대역에 법률플랫폼 로톡 광고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로앤컴퍼니에서 운영하는 로톡은 변호사들로부터 광고료 명목 등으로 월정액을 받고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를 싣고 있는데 변호사단체들은 로톡의 영업방식을 놓고 '변호사가 아닌 자가 금품을 받고 알선·소개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변호사 소개 플랫폼이 수수료·광고비를 받으면 법률 브로커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단체들의 주장이다. 
 
앞서 직역수호변호사단은 지난 2020년 11월 로톡이 광고료를 지불한 특정 변호사들을 소개·알선하고, 변호사가 아님에도 법률사무 등을 취급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해 8월 법무부는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면서, 로톡은 온라인상의 광고공간을 제공해 대가만 받는 '광고형 플랫폼'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지난해 12월 말 법무부의 유권해석과 기존 변호사법 위반 등 판례에 더해 현재 일반인들의 인식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로앤컴퍼니 측에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이에 변호사단체는 경찰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지만 검찰 역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법당국이 로톡 서비스에 대해 합법성을 인정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5월 대표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이 로톡에 가입해 광고하는 변호사를 징계하겠다는 조치를 내리면서 로톡에 가입한 가입한 변호사들이 대폭 줄었다. 로톡에 가입한 전체 변호사 수는 지난해 3월 3966명에서 9월 1901명으로 6개월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징계를 받으면 변호사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는 만큼 로톡에 가입해 징계 대상에 오른 변호사들은 "법적 근거가 없는 징계"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변호사단체들이 로톡에 가입된 일선 변호사들에게도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은 ‘변호사 광고’ 허용에 대한 기준이 형평성에 맞지 않아서다. 로톡의 ‘변호사 광고’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에서 진행되는 변호사 광고와 같은 구조인데, 변협에선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광고를 하는 변호사들은 합법적이라고 봤다. 변협의 자의적인 유권해석으로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의 광고는 허용하면서 로톡과 같이 국내 소규모 스타트업에서의 변호사 광고 및 참여, 가입 등을 금지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변협이 대형 포털사이트에 광고를 하는 변호사들은 제외하고, 오로지 특정 법률플랫폼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들에 대해서만 ‘특별조사위원회’까지 만들어 합법적인 영업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로톡은 불법플랫폼 논란이라는 오명을 벗게 되면서 한시름 놓았지만 여전히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정 개정과 관련한 변협 내규는 바뀌지 않아 변호사단체와 대화를 통해 갈등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내규가 바뀌지 않는 한 회원 수 감소로 서비스를 이어나가기 어렵다. 로앤컴퍼니는 변호사들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상반기까지 로톡 회원 변호사들로부터 한시적으로 광고료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변협은 "납득하기 어려운 유권 해석"이라며 항고의 뜻을 표했다. 기재부는 헌법 재판소 판단을 기다려보고 '한걸음 모델'을 통한 중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상태로, 결과가 빨리 나와야 좀더 유리한 승기를 잡고 적극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걸음 모델은 2020년 6월 정부가 시작한 이해관계 조정 방식으로, 신규 사업자가 등장해 기존 사업자와 갈등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중재해 상생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등장했다.
 
현재 로앤컴퍼니는 지난해 5월 낸 헌법소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협의 광고규정이 헌법상 과잉금지, 신뢰보호, 평등,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며 회원 변호사들의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강남언니 앱 화면. (사진=강남언니)
 
성형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병원들이 입점해 미용 시술·성형 광고를 하고 이용자들이 수술 전후 사진과 후기를 올리는 앱으로 힐링페이퍼가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용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인기를 모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과장광고와 불법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며, 의료광고 규제에 나서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특히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최근 징역 1년형을 구형받았다. 힐링페이퍼의 홍승일 대표는 2019년 1월 강남구 보건소로부터 환자 소개·알선 행위에 관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를 신청한 상태다.
 
해당 건은 2015년에서 2018년까지 과거 강남언니 앱에서 시술쿠폰 결제시 일정 수수료로 수익을 취했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재판이었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검찰은 홍 대표가 2015년 9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약 3년간 71개 병원에 환자 9215명을 알선하고 1억7600여만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봤다. 그러나 강남언니는 전체 매출의 2% 미만을 차지하던 부수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당시엔 불법이라는 판례가 존재하지 않았고, 해당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이미 두 곳의 선행업체도 존재했다는 점을 피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남언니는 2018년 11월 해당 서비스를 종료한 상태다.
 
강남언니는 플랫폼 의료광고 기준과 관련해 의사단체로부터 지적을 받아왔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광고를 하려면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자율심의기구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심의 대상은 신문과 잡지, 옥외 전광판을 포함해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일일 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메체'로, 강남언니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의료 광고 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국회가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심의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사단체의 지적에 따라 법안 개정 작업에 착수하며 성형·미용 정보 플랫폼 규제에 나섰다. 이와 함께 강남언니가 제공하는 미용 의료 후기, 가격 정보에 대해서 ‘불법 의료 광고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고 ‘광고 효과가 있는 것은 광고로 봐야 한다’면서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컨텐츠도 광고 심의 영역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협이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을 전부 개정하면서 '비변호사 플랫폼에 변호사가 참여하거나 광고해선 안된다고 규정한 것과 비슷한 맥락의 조치다. 의사단체는 또 플랫폼에 가입한 의사들에게 불법 환자 알선 앱에서 탈퇴하라는 공문을 수차례 보내며 강남언니 변호사들을 압박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도 로톡 사례와 유사한 점이 있다.
 
강남언니 측은 의료법과 복지부 가이드를 초과하는 비급여 의료에 대한 광고심의 기준은 소비자 알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광고에서 비급여 가격정보 공개를 허용하는데, 의협 의료광고심의 기준에서는 이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지침과 상반되는 조치를 행해오고 있다는 점이 불합리성을 주장하는 근거다. 또 강남언니 측은 ‘광고’는 본인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비용을 활용해 제작한 광고물을 알리는 행위로 이용자 후기는 광고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합법 검토 의견을 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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