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각지대' 5인 미만 근로기준법 또 연구용역…'시간끌기' 지적
작년 이어 5인 미만 사업장 연구용역 또 공고
작년 연구결과, 6월 마무리에도 미공개
윤 정부 성향 맞춰 '시간끌기' 비판
연장·야간·휴일수당 등 미적용 사업장 368만명
"야간수당 등 단계적 적용 정치권 합의 필요"
입력 : 2022-05-18 06:00:00 수정 : 2022-05-18 06:0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를 놓고 새 정부가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2020년에 수행한 연구용역이 지난해 완료됐는데도 공개는커녕, 추가적인 유사 연구용역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17일 정부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달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등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확대 검토를 위한 기초연구' 연구용역을 공고했다.
 
연구용역 주요 과제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에 따른 각 조항별 실태 및 인식조사 △해외사례 연구 △적용확대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급 정도, 각 조항별 비용 추계 및 중장기적 분석 △질적 분석을 토대로 각 조항별 적용 시기 및 방법, 향후 추진과제 도출 △사용자 면접및 인식조사 등에 따른 부담완화방안 및 정책적 시사점 도출 등이 포함됐다.
 
예산 7000만원이 소요되는 이번 연구용역은 올해 6월 시작해 내년 5월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로 지목되고 있다. 해고 제한, 주 근로시간 상한(40시간) 및 주 연장근로시간 상한(12시간)뿐 아니라 연장·야간·휴일근로 시 통상임금의 50%에 해당하는 가산수당, 연차 휴가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직장내 괴롭힘법도 적용받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전체 노동자는 2064만7000명으로 이 중 5인 미만 사업장 소속은 368만4000명(17.8%)에 달한다. 노동계는 오랜 기간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마무리된 연구과제를 재공고했다는 점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을 국정과제로 채택, 추진한 바 있다. 당시 8000만원을 투입해 지난해 6월경 완료한 연구용역 제목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등 근로조건 실태조사'다. 다만 정권 말인 2020년 하반기쯤 연구용역에 본격 착수하면서 정권 내 시행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당시 주요 연구 내용은 △현행 적용제외 조항 관련 5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실태 분석 △적용 확대에 대한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의 인식 조사 △적용 확대에 따른 감독행정 소요증가 분석 △적용 확대 필요성 검토 및 근로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제시 등이다.
 
비용추계가 없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올해 진행한 연구용역과 대동소이하다. 해당 연구용역 과제는 지난 2020년 공고해 2021년 6월경 완료했으나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 중이라는 이유로 보고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처럼 유사한 주제로 연구용역을 단기에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현행 '고용노동부 연구관리 규정'을 보면 해당 분야의 이론 및 기술의 발전 등에 따라 새로운 연구가 필요한 경우 등으로 유사 연구를 한정하고 있다. 관련 정책의 수행을 위해 이미 수행된 연구과제 결과와 구분되는 학문적·이론적 체계의 구축이 필요한 경우 행정기관 등과 공동으로 정책연구를 하려는 경우에만 유사 연구를 가능토록 하고 있다.
 
다른 부처의 정부 관계자도 "했던 연구용역을 또 하는 경우는 없다"며 "시스템에 기존의 연구용역 과제들이 올라와 있는데 여기서 유사사례를 검색한 후에 중복과제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신 정부 들어 고용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해당 국정과제를 제시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제도 시행 자체에 부정적 기조를 보이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해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업자의 투자 의욕이나 현실을 반영 못했을 때 결과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비교형량해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냐"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비용추계는 첫번째 연구용역에서도 포함됐어야 하는 내용인데 이를 이유로 연구용역을 다시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번에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2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는 야간노동에 대한 1.5배 가산수당이라도 먼저 지급될 수 있도록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는 한 번의 인식조사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포커싱이 약간씩 달라질 수 있다. 단계적으로 적용을 한다고 가정해도 조항이 많아 이에 따라붙는 설문이 상당히 방대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진행한 연구와 관련해서는 "현재 정리 중으로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17일 정부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달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등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확대 검토를 위한 기초연구' 연구용역을 공고했다. 사진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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