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류 디지털 콘텐츠 스타트업 성장의 선결요건
입력 : 2022-05-23 06:00:00 수정 : 2022-05-23 06:00:00
국내 디지털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전반적으로 변화하면서 기존의 K팝 외에도 영화 ‘기생충’, ‘미나리’, 드라마 ‘오징어게임’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히트를 쳤다. 특히 한류 콘텐츠가 아시아권에서 갖는 파급력이 커지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의 관심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국산 디지털 콘텐츠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네트워크를 고도화해야 할 이 시기에 고도화 비용을 놓고 정부, 통신 사업자, 플랫폼 기업 등이 부담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네트워크 정책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까.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네트워크 운영은 KT, SKT, LGT와 같은 민간 통신사업자가 맡고 있다. 하지만, 통신 정책은 국가 운영의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국내외 인터넷 통신이 증대되면서 네트워크 고도화의 필요성은 다들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고도화 비용을 통신사업자에 지우다 보니,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트래픽 증대에 따른 장비투자 및 안정성 확보 비용을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들도 같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스타트업 얼라어언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플랫폼 기업이 내고 있는 인터넷 접속료는 뉴욕 대비 4.8배, 파리 대비 8.3배 수준으로 매우 높다.
 
인터넷 접속료가 높으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 창업이 어려워지고 기존 콘텐츠, 플랫폼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떨어진다. 또한 원가가 높아져 소비자에게도 비용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역시 통신요금에 콘텐츠 이용료를 부담하게 되어 콘텐츠 소비가 위축하게 된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왓챠는 2016년 영상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며 지난 6년 만에 앱 다운로드 수 1,600만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하지만, 국내의 높은 망 사용료 문제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망 사용료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2020년에는 ‘넷플릭스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이 법으로 인해 콘텐츠 사업자는 서비스 오류나 품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 및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비자로부터 충분한 요금을 받는 통신 사업자들이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이중으로 요금을 받으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망 사용료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은 콘텐츠 시장에서 배제되고  망 사용료를 부담할 수 있는 거대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통신은 기본적으로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저소득층에 대해 인터넷 이용요금을 보조하거나 통신 취약 계층을 위한 요금제를 편성하는 등의 정부정책은 이런 공공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류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위해서도 공공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디지털 경제의 발전과 콘텐츠,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첫째, 콘텐츠, 플랫폼 기업의 망 접속비용에 대한 규제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점점 더 다양화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속성을 전통적인 통신 관리 법규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새로운 디지털 경제 관점의 관리체계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타트업 등 혁신적 중소 콘텐츠, 플랫폼의 시장진입이 가능하도록 통신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네트워크 사업자 분류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기간, 별정, 부가 통신 사업자 분류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거의 모든 사업자들은 이 분류체계에 의해 규율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회사 중에 통신 사업자가 아닌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정부는 기초 인프라로서 5G를 비롯한 통신 인프라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쏠린 전 세계적 관심을 사업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초적인 네트워크 마련이야 말로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은 비즈니스의 필수적인 인프라이므로 독특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들이 도전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계층 간, 대기업 스타트업 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 회장 /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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