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균형자론 버리고 한미동맹 강화…대중 관계 악화 불가피
한미, 기술·공급망 동맹으로 도약…미국, 한국 '반도체' 고리로 중국 견제 의도
입력 : 2022-05-22 12:40:43 수정 : 2022-05-22 18:45:08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한미정상회담에서 기존의 균형자론 대신 한미동맹 강화를 택하면서 대중 관계 악화는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 재편에 동참키로 한 우리의 선택에 대한 갑론을박도 뒤따를 전망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과는 차원이 다른 원자재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중국은 우리의 제1 대외 무역국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로 이어지는 신냉전에 대한 염려도 크다. 다만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힘과 입김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었다는 반론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관계의 한 차원 높은 동맹을 제시했다. 양 정상은 기존 군사동맹에서 한미FTA를 통한 경제동맹에 이어 이번에는 반도체를 포함한 기술동맹까지 나아가는 포괄적 전략동맹에 동의했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서도 양국은 긴밀한 공조를 약속하며 우리 산업계의 염려를 더는 데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미동맹 강화를 외교안보의 기본 노선으로 채택했다. 이 같은 보수정부의 등장은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바이든 미 행정부 입장에서는 다행이었고 반길 변화였다.  
 
한국을 대하는 미국의 의도는 중국 견제에 있다. 미중 갈등 심화 속에 미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 재편 의도가 다분히 깔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아시아 첫 순방 일정을 잡은 것도 한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게 외교가의 공통된 평가다. 반중국 연대 성격을 띠는 미국 주도의 경제적 협의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추진이나, 오는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 등은 중국을 대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가 잘 드러난다. 한국이 참가하는 IPEF는 중국을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경제연합체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 행간을 읽어보면 중국 견제 전선에 한국의 협력을 끌어내려는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시찰한 것도 이 같은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면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심장부로,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캠퍼스에서는 차세대 메모리를 비롯해 초미세 파운드리 등도 생산한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대규모 자본을 쏟아부었지만 기술력의 한계 등을 드러내며 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장 시찰 후 연설에서 "푸틴의 잔혹하고 이유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경제와 국가안보를 의존하지 않으려면 주요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를 부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처럼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긴밀한 파트너와 협력해 공급망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캠퍼스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안보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노골적인 중국 견제에 한국이 동참함으로써 얻을 이해득실에 대한 논란도 뒤따를 전망이다. 전임 문재인정부는 모호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미중을 오가는 균형자론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려 했다. 박근혜정부 당시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은 여행, 유통, 면세, 화장품 업계 등에 막대한 타격을 안겼고 문재인정부도 그 후유증에 시달렸던 터였다. 지금처럼 글로벌 공급망 심화 속에 중국이 원자재 수급 제한에 나설 경우 그 영향은 사드 사태와는 차원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요소수 대란 역시 중국의 수급 차질에서 비롯됐다. 게다가 상존하는 북핵 위협 속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은 경제에 쏟을 우리의 역량을 제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 간의 반도체 등 기술·공급망 동맹이 중국 견제용 아니냐는 지적에 "양국 정상의 성명에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한다는 문구는 단 한 줄도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은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현재 IPEF 포함해서 다자적인 프레임워크라든지 또는 양자적인 측면에서도 어떤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보다 상호보완적인 국가들 간에 공급망 안정을 가져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양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건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국제문제 평론가인 류허핑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외교전략의 중대한 변화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첫 번째 맞을 도전은 중한 경제·무역 관계이고, 다음은 한반도 문제"라고 으름장을 놨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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