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합수단 칼날, 오직 범죄자 향해야
입력 : 2022-05-25 06:00:00 수정 : 2022-05-25 06:00:00
 “우선 당장, 서민을 울리는 경제범죄 실태에 대해 시급히 점검하고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 한동훈 신임 장관의 첫 번째 지시 사항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재출범이었다. 한 장관 취임 하루 만에 합수단이 서울남부지검에 재설치됐다.
 
검사 7명, 검찰수사관·특별사법경찰 등 총 48명의 인원을 갖추고 검사실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파견인력을 배치해 이전 형태를 되살려냈다. 금융위·금감원 등의 전문 인력과 함께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속도감 있게 금융·증권범죄를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를 다시 갖춘 것이다.
 
그렇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폐지된 일명 ‘여의도 저승사자’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은 2년 4개월여 만에 부활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비롯해 기획부동산 사기, 루나·테라 사태 등으로 인한 수많은 피해자들이 부활한 합수단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펀드 사태가 발생한지 2년여의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고통 받고 있다. 피해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했지만 정작 판매사들은 증거불충분으로 빠져나가고, 기소된 일부 피고인에 대한 처벌 수위는 대부분 솜방망이에 그쳤다. ‘1조7000억원대 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2년 넘게 행방이 묘연하다.
 
올해 초부터는 우리은행, 아모레퍼시픽, 계양전기, 오스템임플란트 등 기업 직원들의 대규모 횡령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들 회사 직원들은 회삿돈을 빼돌려 주식시장, 선물시장, 코인시장에 던졌다. 이에 앞서 강동구청 한 공무원도 공금 115억원을 빼돌려 주식 투자에 쓰다 적발됐다.
 
언젠가부터 벼랑에 내몰린 취약계층뿐 아니라 은행, 공무원 등 안정적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들조차 주식, 코인 광풍에 뛰어들 정도로 우리 사회 전반에 ‘한탕주의’가 만연한 모습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고, 희망을 잃은 이들은 ‘한방’을 노리며 주식, 코인 등의 광풍에 뛰어들었다. 사기꾼들은 그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며 활개를 쳤다. 돈과 사람이 급격히 몰리는 곳엔 항상 범죄가 발생했다.
 
기획부동산, 시세조종꾼 등 시장질서 교란 사범들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땀 흘려가며 모은 돈을 누가, 어디로 가져갔는지,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 보복이 아니다.
 
“‘공정한 검찰’ 앞에 ‘강자’나 ‘약자’는 있을 수 없다. 오직 ‘범죄자’와 우리가 보호해야 할 ‘피해자’만 있을 뿐이다.”
 
지난 23일 양석조 신임 서울남부지검장이 취임하며 한 말이다. 그의 발언대로 '합수단의 칼'은 오직 피해자를 위해 쓰이고, 범죄자를 향해야 한다. 정치적 색깔이 덧씌워져선 안 된다. 합수단의 수사가 정치적 논쟁 소재가 되는 순간 이는 또 다시 진영 갈등에 기름을 끼얹어 국민 피로도만 가중시킬 것이다.
 
일부 썩은 부위를 도려내려다 뿌리 채 뽑힌 합수단의 부활이 검찰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효선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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