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범죄도시2’ 이상용 감독 “제작 중단될 뻔한 적 있었다”
1편 감독, 2편 준비하다 스케줄 문제 하차…“제작사에 날 추천해 주셨다”
‘코로나19’ 뒤 베트남 촬영 고충, 한때 촬영 무산 위기… “그땐 힘들었다”
입력 : 2022-05-27 01:00:03 수정 : 2022-05-27 01:00: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누구라도 당연했을 것이다. 겁부터 덜컥 나지 싶었다. 무려 688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 속편 연출 제안이 들어왔다. 도대체 이게 왜 겁이 날 일 인가. 냉큼 잡아야 할 일이지. 하지만 그 당사자가 데뷔를 준비 중인 신인 감독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우선 전작의 아우라를 뛰어 넘어야 할 연출자로서의 의무가 있다. 그리고 전작의 영광을 이어가야 할 책임감도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앞으로 이어나가야 할 시리즈 세계관을 안정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할 임무도 당연히 갖게 된다. 듣기만 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막히는 느낌이다. 이런 중압감을 이겨내면서도 흔쾌히 그리고 당연히 그걸 덥석 잡는 연출자라면 딱 두 가지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물이거나, 아니면 그만큼 자신 있고 해볼 요량이 넘치는 실력자던가. 그런 의미에서 이상용 감독은 그 두 가지 모두가 해당된다. ‘범죄도시’ 1편이 688만 흥행을 거두며 큰 성공을 만들어 냈다. 1편 연출은 강윤성 감독. 2편도 당연히 강 감독이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스케줄이 꼬이면서 강 감독이 하차를 하게 됐다. 그때 강 감독이 ‘범죄도시’ 시리즈 기획자 마동석에게 이상용 감독을 추천했다. 이 감독은 ‘범죄도시’ 1편 조감독이었다. 마동석 역시 이상용 조감독의 2편 연출을 적극 지지했다. 그리고 결과는 지금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개봉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 스코어를 기록 중이다.
 
이상용 감독. 사진=ABO엔터테인먼트
 
이 감독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편 조감독으로 ‘범죄도시’ 시리즈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젠 너무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범죄도시’ 현장 분위기에 매료됐단다. 마동석을 중심으로 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함께 똘똘 뭉친 현장은 웬만한 상업영화 현장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친근함이었다. 너무너무 기억에 남는 현장이었다. 그런데 그가 몇 년 뒤 이 현장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감독이 됐다. 자신도 믿기 힘들단다.
 
2편도 1편의 강윤성 감독님이 연출을 하기로 돼 있으셨어요. 그런데 스케줄이 좀 밀리면서 어쩔 수 없이 강 감독님이 하차를 하게 되신 거죠. 그러면서 강 감독님이 절 제작사에 추천해 주셨어요. 동석이 형도 흔쾌히 절 추천하셨고. 되게 돌랐죠(웃음). ‘내가 이걸 한다고’라고. 우선 너무 얼떨결에 제가 하기로 됐고, 우선 ‘욕만 먹지 말자’란 심정으로 시작했어요. 1편보다 더 잘 만들자’가 아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심정으로 임했죠.
 
2편 연출이 결정됐다. 데뷔 감독으로서 사실상 조건은 최악이었다. 신드롬에 가까운 흥행 성적을 거둔 전편의 속편을 연출해야 한다. 다음 시리즈까지 염두하고 이번 영화를 연출해야 한다. 이번 영화를 기준으로 앞과 뒤의 성적까지 예측하고 또 스토리 라인을 생각해야 한다. 이 모든 건 배우 마동석이 기획자로 참여한 ‘범죄도시’ 시리즈에 어느 정도 완성이 돼 있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반드시 어떤 차별성을 둬야 했다.
 
이상용 감독. 사진=ABO엔터테인먼트
 
“저도 고민했던 부분이 그 지점이었어요. 그래서 확장성이란 개념을 뒀죠. 1편은 서부극이란 생각을 했어요. 가리봉동이란 협소한 공간에 마석도란 보안관이 있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장첸 일당을 잡아서 평화를 다시 지키는 내용이잖아요. 2편은 해외에서 벌어지는 나쁜 범죄에 대해 마석도가 어떤 식으로 접근하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전달해야 했죠. 마석도는 변하지 않아요. 그런데 재미를 어떻게 줘야 할까. 그것도 제겐 큰 숙제였어요.
 
주인공 마석도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마동석’이 연기를 하게 돼 있다. 그럼 변화하는 건 그와 대결하는 빌런이다. 1편에선 메인 빌런 ‘장첸’(윤계상)과 함께 그의 양날개 ‘위성락’(진선규) 그리고 ‘양태’(김성규)가 있었다. 이번 2편에선 1편의 세 명을 하나로 뭉쳐서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버렸다. 베트남을 근거지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 ‘강해상’이었다. 배우 손석구를 캐스팅했다.
 
“제작자 분이 손석구를 추천했어요. 출연작을 보니 연기가 일반적이지 않아서 많이 끌리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만났죠. 직접 보니 되게 묘하더라고요. 서늘하고 또 차가운데 어떤 면에선 순진하면서 열정적인 부분도 있고. 손석구도 ‘어떻게든 해보겠다’란 마음 가짐을 드러내더라고요. 손석구가 연기한 ‘강해상’은 1편의 빌런과 달리 혼자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좀 더 악랄하고 범죄 앞에서 직접적으로 뭔가를 더 탐하는 인물로 설정했죠.
 
이상용 감독. 사진=ABO엔터테인먼트
 
약간 의아하지만 반대로 그래서 ‘신의 한 수’로 꼽히는 캐스팅도 있었다. 1편의 ‘이수파’ 두목 장이수로 출연한 박지환의 합류다. 1편에서 장이수는 장첸의 공격을 받고 최후를 맞이한 듯한 장면으로 마무리가 됐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장이수는 악역이라기 보단 극 전체 흐름의 호흡을 조절할 수 있는 쉼표 같은 존재로 모두가 인식했었다. 이상용 감독은 그런 장이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1편에서 죽은 걸로 다들 아시는 데 자세히 보시면 정말 죽었는지는 안나왔어요(웃음). 전 지금 1편에서 안 죽었다고 생각해요. 고민했는데 장이수 캐릭터를 강해상 잡는 데 활용하면 좀 더 풍성한 느낌을 줄 것 같았죠. 1편에선 악역도 아니었잖아요 하하하. 한국에 들어온 조선족 조폭 두목이지만 어미니 칠순 잔치도 열어 드릴 만큼 인간미도 있고. 가리봉동 질서 유지에 어느 정도 협조도 해요. 하하하. 장이수는 2편에서 정말 필요했던 캐릭터였어요.
 
이미 영화는 개봉했고 500만 관객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성적은 그 이전 촬영 당시의 마음 고생에 비하면 당연한 결과도 아니었다. 오히려 모자란 성적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갑자기 전 세계에 몰아 닥친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아찔한 상황이 정말 여러 번 겹쳤었다. 베트남에선 무려 10억 가량의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그 돈이 공중 분해될 위기까지 겪었다고.
 
이상용 감독. 사진=ABO엔터테인먼트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에요. 2019 9월부터 베트남을 여러 번 갔어요. 당시 헌팅도 가고 현지 배우들 캐스팅도 끝냈고. 2020 2월 말부터 베트남에서 크랭크 인 예정이었죠. 선발대가 베트남에 먼저 가 나머지 일을 조율 중이었는데 영사관에서 모두 돌아가야 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손석구는 새벽에 베트남에 도착해 이틀 뒤 촬영이었는데 출국 조치를 당했어요. 그때까지 베트남에서 쓴 제작비만 10억 이상이었어요(웃음). 그때 진짜로 영화 엎을지 말지 심각하게 논의 했었어요. 그때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베트남 촬영이 진행될 수 있었다. 우리가 하는 시쳇말로 지옥에서 돌아온 기분이었다. 정말 열정을 다해 죽기 살기로 이 작품에 매달렸다. 잘 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말 대로 나오는 게 아니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안 되는 일 투성이고 틀어지는 일 투성이만 쏟아졌단다.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단다.
 
“진짜 아찔하단 말로는 표현이 안돼요. 섭외하는 공간마다 다 틀어지고 현장 상황은 전부 다 바뀌게 되고. 이미 초반 제작비 10억이 오버되면서 너무 압박감도 심했었고. 촬영이 1년 정도 지연되면서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가 지쳐 버린 상황이 왔었어요. 지금에야 말씀 드리지만 베트남 분량은 계획대로 찍은 게 단 한 씬도 없어요(웃음). 나중에는 제가 최소 인원으로 베트남에서 가서 배경 장면을 찍은 뒤 한국에서 찍은 장면과 합성으로 만든 것들도 많아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상용 감독. 사진=ABO엔터테인먼트
 
현재 범죄도시2’는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밀어내고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누적 관객 수 역시 500만을 육박하고 전편의 흥행 성적인 688만도 노려볼만한 흥행 추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상용 감독은 아직 실감하지 못하겠다며 웃는다. 현재 그는 범죄도시3’을 준비 중이다. 이 시리즈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마동석이 기획했고, 현재 계획으론 8편까지 기본 라인업이 정리가 된 상태란다.
 
“1편 찍을 때 동석이 형으로부터 프랜차이즈로 갈 것이란 얘기를 듣고 ~’ 했었죠. 2편이나 그 이후에도 제가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벌써 제가 2편 연출을 했고 3편도 준비하고 있으니 꿈 같죠(웃음). 이런 결과는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욕만 먹지 말자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현재 3편 준비에 온 신경이 쏠려 있어서, 좀 시간이 지나면 2편 흥행을 실감할 것 같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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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