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실장 인사 '여당-총리 충돌'…윤종원 자진사퇴로 출구
윤 대통령 부담 우려에 물러선 한총리…첫 당정 힘겨루기서 여당 의견 관철
입력 : 2022-05-28 19:08:54 수정 : 2022-05-28 19:08:54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두고 대통령실과 한덕수 국무총리, 여당인 국민의힘 사이에 벌어진 교착상태가 후보자였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자진 사퇴로 일단락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초 국조실장과 가장 밀접하게 일하게 될 한 총리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여당이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윤 행장 임명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난감한 위치에 놓였다.
 
이에 자칫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실에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결국 윤 행장이 자발적으로 고사 의사를 밝히고 한 총리도 이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출구를 모색하게 됐다.
 
한 총리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행장) 본인이 논의 전개 과정에서 부담을 느껴서 한 (고사) 결정이니 그 결정을 존중했으면 한다"며 "(새 후보자 인선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사태를 최대한 빠르게 수습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윤 행장의 국조실장 내정을 향한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는 지난 25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서 처음으로 터져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한 사람이 어떻게 새로운 정부의 정책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겠나"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행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냈다.
 
윤 행장을 국조실장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한 총리는 같은 날 출입기자단과 만나 윤 행장을 "훌륭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고 호평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당에서 반대 뜻을 굽히지 않자 대통령실은 임명 보류 상태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윤 행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무조정실장직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며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 들어서 사실상 처음 벌어진 여당과 정부의 힘겨루기에서 일단 여당의 의견이 관철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정권 초 당정관계가 설정되는 시기에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며 기선제압을 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자칫 이 문제가 당정 간 충돌로 비치지 않을지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가 숙고해 어려운 결정을 한 만큼 그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처음부터 총리 판단을 최우선으로 했던 만큼 (이번)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복잡했던 상황이 윤 행장의 결정으로 '교통정리'가 되자 대통령실에서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임기 극 초반 이뤄진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인사에 여당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연일 표하면서 당정 간 불협화음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곧바로 차기 인선에 들어갈 전망이다.
 
차기 후보자를 선정하는 데는 이전 경력 등과 관련해 더 조심스러운 고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도, 대통령실도 이번과 같은 갈등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감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차기 인선과 관련해 "윤 행장이 자진해서 물러난 부담 요인이 된 것들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어떤 경력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새 후보자 물색 과정에서 여당과 소통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상황에 따라서 판단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각에선 여당의 반대는 '앞으로 인선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요직에 있던 인물을 더는 기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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