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어느새
VLCC 운임회복 더디지만 주가 뜨거워…OPEC+ 증산 호재
입력 : 2022-06-04 10:00:00 수정 : 2022-06-04 10: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오랜 기간 약세에 머물렀던 탱커 시장의 분위기가 변할 조짐을 나타내면서 주가 먼저 내달리고 있다. 때마침 OPEC+도 증산을 결정해 탱커 업황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일(현지시각) OPEC+는 7~8월 기간 중 원유 생산량을 일일 64만8000배럴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 증산계획보다 50% 더 늘어난 것이다. 
 
OPEC+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원유를 증산하지 않아 사실상 고유가를 방치했다. 여기에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색된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영향으로 현재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배럴당 118.8달러, 두바이유는 113.8달러를 기록 중이다. 
 
OPEC+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원유 생산량을 크게 줄였다. WTI 선물은 2020년 2월 한때 마이너스로 추락하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에 산유국들은 하루 580만배럴 감산을 결정했다. 이후 유가는 정상가격을 회복했지만 이들은 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하루 40만배럴 증산을 이어왔다. 이 규모를 43만2000배럴로 늘릴 계획이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증산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유로나브가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사진=유로나브 홈페이지)
 
이에 벌크선 운임 상승에 비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탱커 운임도 기대감이 생길 수 있게 됐다.  
 
탱커 시황은 팬데믹 기간 중 장기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에 비해 선박 수가 많아 운임이 오르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업황이 개선되길 기다리며 선주들이 노후선박 폐선을 미룬 것도 운임 상승의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탱커 운임은 조금씩 반등하는 모양새다. 중국 봉쇄 조치 등으로 인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지수(WS)는 아직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중소형 탱커들이 전체 시장의 상승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 
 
직접적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자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방출, 미국의 수출이 증가한 것이 대서양 수역의 선박 수급 개선에 보탬이 되면서 전체 운임 상승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동제한이 완화되고 있으며,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차량 연료유와 발전용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여기에 OPEC+가 증산을 결정하면서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다만 OPEC+가 발표한 증산 규모는 탱커 수송 능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VLCC 한 척에 적재 가능한 원유량은 200만배럴에 달한다. 즉 OPEC+가 밝힌 증산량 사흘치를 모아야 VLCC 한 척을 더 운항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업황을 감안하면 분위기 전환에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 증시에서는 VLCC 등 탱커 선단을 보유한 해운업체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스콜피오탱커스는 올해에만 무려 177.9% 상승했다. 미국과 모나코에 본사를 둔 석유제품운반선 MR탱커의 강자 스콜피오탱커스는 지난해 2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의 해운업체 티케이탱커스 또한 92.2%의 상승률을 뽐내고 있다. 
 
지난 4월 합병을 발표한 유로나브와 프론트라인은 각각 51.7%, 47.1% 올라 이들보다 뒤쳐진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주가지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세를 나타냈다. 
 
두 회사는 합병을 마친 후 현재가 기준 48억달러 가치의 합병법인 ‘프론트라인’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회사명은 프론트라인을 쓸 예정이지만 유로나브 주식 1주를 프론트라인 주식 1.45주로 교환하는 방식이어서 합병 후 주주비율은 유로나브 주주가 59%, 프론트라인 주주가 41%를 갖게 된다. 이들은 VLCC는 69척, 수에즈막스 57척, 아프라막스 20척의 선단을 보유한 해운업체가 돼 판관비 등 각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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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