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타깃된 자영업자②)환경단체 "본사·환경부 책임 커"
"본사서 비용 부담하고 환경부서 홍보·교육해야"
입력 : 2022-06-08 06:00:18 수정 : 2022-06-08 06:00:18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를 두고 환경단체는 제도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제도 시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맹점주인 자영업자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카페 프랜차이즈 본사와 환경부가 제 역할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은 5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에 따른 카페업종 현안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오는 12월2일부터 본격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되지만 환경단체는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2020년 6월 '자연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이 예고됐다. 그동안 2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책 마련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 환경단체는 할 말이 많은 눈치다.
 
우선 프랜차이즈 본사의 책임을 물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활동가는 "자영업자들이 반발하고 힘들다고 호소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면서도 "자영업자들이 말하는 라벨 비용 등의 문제는 본사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사가 일괄 라벨을 구입해서 배포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보증금 지급 관리 시스템과 가맹점의 포스 기기를 연동하는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고 있다. 시간은 충분했다. 지금 부담을 주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본사"라고 강조했다. 보증금 대상 일회용 컵에 대해 깨끗이 씻어서 반납하는 방법 등은 환경부가 미리 홍보하고 교육했어야 했다는 것이 백 활동가의 의견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전국 100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대상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해당 제도의 시행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본사는 환경부와 소통하면서 시행에 대해 논의해 왔다. 하지만 준비 기간 동안 정작 본사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환경단체는 말한다. 
 
자영업자들은 환경부를 상대로 애로사항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본사가 가맹점주 뒤에 숨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준비과정에서 본사는 미리 가맹점주의 고통에 대해 듣고 가맹점주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주체였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신우용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역시 정부와 프랜차이즈 본사 모두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신 사무처장은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도입되고 있는데 정책이 유예가 되면 다른 정책도 연쇄적으로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그에 대한 대책은 미리 별도로 준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경과 자영업자가 대립해야 할 문제가 아님에도 자영업자들이 전면에 내세워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환경단체는 자영업자와의 간담회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자영업자들은 환경단체와 합의안을 도출하기를 원하지만 섣불리 모였다가 환경단체와 협의가 끝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어서다. 단체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일각에서는 자영업자의 고충을 듣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서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사례가 많지 않다. 독일의 경우 3개 주에서 라벨을 붙여서 비슷한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수거는 매장 자율로 시행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일회용컵에 대해 세금을 한화 기준 약 320원 부과하는 수준으로 매기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공병 보증금제는 세계적으로 사례가 많지만 일회용컵에 대한 사례는 부족해서 개선안을 찾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실정이다.
 
한편, 현재 일회용컵의 재활용률은 5%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환경부는 보증금제가 적용될 경우 연 23억개의 일회용 컵이 보증금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제도가 정착되면 재활용되지 않아 소각할 때와 비교해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다고 계산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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