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물가 상승이 초래할 경제위기와 사회 불안의 공포
입력 : 2022-06-10 06:00:00 수정 : 2022-06-10 06:00:00
물가 오르는 것이 심상치 않다. 돈을 쓰기가 무서울 정도이다. 점심 한 끼 식사로 1만원 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다. 여름철 단품인 냉면 한 그릇의 값도 평균 1만원을 넘어섰다. 휘발유에서 우유에 이르기까지 가격이 안 오른 것이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4%로 1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산물 가격의 오름세는 더 가팔라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7.6% 올랐고 이로 인해 외식 물가도 7.4% 올랐다. 농산물 가격의 상승이 음식료품, 외식업, 생필품의 물가를 밀어 올려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더 높아지리라 전망된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국내외 공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이 지역이 주산지인 밀, 옥수수 전분 등의 공급이 감소하여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이 상승하며 국제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19% 상승했고, 밀과 옥수수 가격은 각각 40%, 30% 폭등했다. 
 
국내에서는 비료값 유류값 인력난의 ‘3중고’로 농사 비용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러 올봄 파종 시기에 농사를 포기한 농가가 늘어났다. 농가가 농사를 위해 지출하는 비료비, 영농자재비, 종자·종묘 등의 비용을 종합해 산출하는 수치가 농가구입가격지수인데, 통계청은 올해 1분기 농가구입가격지수가 지난해보다 11.2% 늘어난 120.2라고 발표했다.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최고치 기록이다.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과 국내 농산물 공급 감소가 결합하여 하반기 식료품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더불어 먹고 사는 '의주(食住)'의 문제가 우리 국민을 괴롭히는 심각한 민생고로 대두될 것이다. 
 
물가 급등의 또 다른 동력은 원유 가격의 상승이다. 국제 유가는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배럴당 120달러 선에 다가섰고 3분기에는 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정 난방과 전력발전에 필수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도 지난 1년 동안 거의 세배 올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보복 소비와 경기부양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에너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적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를 불러와 에너지 시장의 공급 부족을 악화시키고 있다. 에너지 수요 대국인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올해 들어와 30% 이상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유와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무역수지도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했다. 우리나라의 배럴당 원유 도입 단가는 작년 평균 69.9 달러에서 지난달 112.1달러까지 솟구쳐 원유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75.1% 늘었다. 농산물 수입액은 월평균 24억 달러 이상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5월까지 무역적자가 78억4200만 달러로 나타났다. 2021년 같은 기간 129억5000만 달러의 흑자를 본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서 이 정도 무역적자가 오래 지속하면 그 영향은 치명적이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폭등하며 글로벌 물가도 최고치를 기록하며 각국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은 6.6%로 1991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로 나타났다. 
 
물가의 급격한 인상에 대응하여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서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의 자산시장이 충격을 받아 요동하고 있다. 자산가치가 하락하며 내수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휩쓸 것이라는 공포가 엄습해 오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5.7%의 절반도 안 되는 2.1%로 하락했고 앞으로 더 악화할 전망이다. 미국 경제는 2분기 연속 역성장하며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80년 만에 최악의 경기 둔화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1분기에 0.6%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는데 내수와 투자는 부진하였지만, 수출이 증가하여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7%로 전망되고 있는데, 세계 경기 위축되어 수출이 감소하면 그보다 하락할 것이 우려된다.  
 
세계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며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라 불릴 정도의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크게 울리고 있다. 탈출구가 없는 최악의 위기가 미칠 파급효과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경제위기 가운데 식량과 연료 가격이 급상승하면 저소득층의 생존이 위협받아 사회가 불안해진다. 역사적으로 장기 인플레이션은 전쟁과 혁명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심각한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너무 조용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한가롭게 자리다툼과 말싸움을 일삼고 있다. 뭐, 하긴 우리가 고민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 그냥 지켜보는 게 속 편할지 모른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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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라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