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어머니 성 따랐어도 종원지위 인정해야"
"남성만 종중원 된다는 종래 관습 법질서에 안 맞아"
입력 : 2022-06-13 06:00:00 수정 : 2022-06-13 06: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성인이 된 후 어머니의 성(姓)으로 바꾼 자녀도 어머니가 소속된 종중의 종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인이 된 후 아버지의 성에서 어머니의 성으로 바꾼 A씨가 B종중을 상대로 낸 종원지위확인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관습에 따라 혈족이 아닌 자나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왔지만 종래 관습에 대한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은 상당 부분 약화돼 있다”며 “최상위 규범인 헌법에도 남녀 차별을 두지 않는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화돼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남녀평등 원칙은 더욱 강화될 것이므로 공동선조 후손 중 성년 남성만을 종중의 구성원으로 하고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종래의 관습은 변화된 우리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가 여성 종원의 후손이라 하더라도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등을 목적으로 해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인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며 “설사 여성 종원 후손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종래의 관습 내지 관습법이 있다 하더라도 변화된 우리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정당성과 합리성을 상실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서울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신의 성을 아버지의 성에서 어머니의 성으로 바꿨다. 현행법상 혼인신고 때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하면 자녀가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고,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더라도 자녀의 복리를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을 바꿀 수 있다.
 
2015년 A씨는 어머니의 종중인 B종중에게 종원 자격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B종중은 "종중은 본질적으로 부계혈족을 전제로 하는 종족단체"라며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이더라도 모계혈족인 이씨는 종원 자격이 없다"고 거부했다.
 
하지만 1심은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함에도 단순히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으로서 지위를 가지지 못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가 B종중의 종원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이후 B종중이 “종중이 본질적으로 부계혈족을 전제로 하는 종족단체라는 점에 대해 아직까지 확고한 관습이 존재한다”며 항소했지만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A씨가 B종중의 종원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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