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NFT 과세의 어려움
입력 : 2022-06-14 06:00:00 수정 : 2022-06-14 06:00:00
한 번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여러 통 왔다. 다른 손님 상담이 있어 못 받았더니 직원에게 미술 관련 질의라며 급한 건이라는 메모도 남겼다. 무슨 일일까 전화를 걸어보니, 본인이 NFT를 팔았는데 내 글을 보고서 세금폭탄을 맞을까 두려웠다고 한다. 내 글의 의미는 NFT의 매매가 과세된다는 의미는 아니며, 하지만 NFT 과세가 현재 불분명해 시원하게 말씀드리기도 어렵다고 답하고 끊었다.
 
NFT에 대한 조세법 체계 확립이 늦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NFT를 한 마디로 규정할 수가 없고, 그것이 표상하는 대상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문성 조세정책학회장도 NFT가 표창하고 있는 대상 자산이 무엇이냐에 따라 과세 방법이 달라져 개념 정립이 어렵고, 그래서 NFT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NFT는 Non-Fungible Token, 즉 대체불가능한 토큰을 말한다. 분설하면, NFT는 토큰이면서, 대체불가능한 성질을 갖는다. '1회용 교통카드'는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표상하는 토큰이다. '카지노 칩'은 '금전 재산'을 표상하는 토큰이다. 토큰은 어떤 재산이든, 어떤 권리든 표상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토큰을 이용해 효율성을 추구한 사례는 매우 많아 낯설지 않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과 연계된 토큰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느껴질 뿐이다.
 
대체불가능성도 낯선 개념이 아니다. 최민정 선수의 금메달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m 종목에서, 1등을 했다는 사실'을 표상하는 토큰이다. 그 금메달을 '신재환 선수가, 2021년 도쿄 하계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 종목에서, 1등을 했다는 사실'을 표상하는 금메달과 맞바꿀 수 없다. 토큰이 표상하는 대상이 고유하기 때문이다. 대체불가능성이 NFT에만 적용되는, 특별하고 고정적인 관념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NFT가 표상하는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디지털 아트 때문에 NFT가 유명해졌지만 굳이 디지털 아트만을 표상할 필요는 없다. 실물 미술작품을 표상하기도 하고, 음원을 표상하기도 한다. 꼭 예술일 필요도 없다. 운동화나 한 줄의 트위터를 표상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상징성을 표상하기도 한다. 그래서 NFT를 한 마디로 규정하기가 참 어렵다.
 
그런데 이제 NFT는 더 진화해 여러가지 복합적 재산 성격을 띄는 것들도 등장하고 있다. 첫 번째로 소개할 것은 유가랩스에서 론칭한 BAYC(Bored Ape Yacht Club,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 브랜드의 NFT다. 암호화폐 상승으로 부자가 돼 세상 모든 것에 지루해져버린 원숭이들이 그들만의 비밀 사교클럽을 만들었다는 세계관이다. BAYC가 NFT라면 무엇을 표상하는 토큰일까? 우선 원숭이 모양의 디지털 시각예술 작품을 표상하는 토큰이다. 둘째, BAYC NFT를 보유한 사람(홀더)은 BAYC 커뮤니티의 회원이 되는데 회원만이 홈페이지의 공간에 낙서를 할 수 있고, 오프라인 파티(APE 파티), 공연, VIP 경매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회원권 역할을 한다. 셋째, BAYC는 NFT 대표 이미지인 원숭이 그림으로 상품을 만들어 파는 등 상업적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작품에 대한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표상하고 있다. 넷째, BAYC를 보유한 자는 BAKC라는 추가 NFT, MAYC라는 추가 NFT를 받을 수 있고, APE라는 암호화폐를 제공받을 수 있어, 배당금을 지급하는 수익증권의 성격도 있다.
 
BAYC는 기존 미술 NFT에 없던 요소를 내세워 대성공을 이끌었다. 패리스 힐튼, 지미 펄론, 마돈나, 에미넴, 스눕 독, 스티브 아오키, 팀벌랜드, 스테픈 커리, 샤킬 오닐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사들이 보유해 화제가 됐다. 현행 최저가 약 2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5억원 정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NFT의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가 등장하려 한다. 네이버·라인의 자회사 IPX(구 라인프렌즈)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샐리, 브라운 등의 캐릭터 지적재산권(IP)을 주된 업종으로 하는 회사다. IPX는 최근 오리지널 캐릭터 IP인 OOZ&mates(오오즈 앤 메이츠)를 공개하고, 9개의 캐릭터로 9999개의 NFT 발행을 예고했다. IPX 발표에 따르면 NFT를 보유한 홀더에게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권한까지 허락한다. 저작권 걱정없이 NFT의 대표 이미지를 가지고 티셔츠, 스마트폰 케이스, 머그컵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는 BAYC 모델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NFT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심미적 가치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실용적인 가치를 제공하면서 단순한 디지털 아트 작품을 넘어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조세법상 NFT에 대한 아무런 명문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부가가치세법상으로 재화 같기도 하고 용역 같기도 하면서, 또 예술창작품일 수도 있다. NFT 홀더에게 골프장이나 요트장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 지방세법상 회원권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 소득세법에서는 법문에 열거된 것만 과세하는데, NFT가 법문에 열거된 '회화, 오리지널 판화'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과세대상에서 제외돼 있는지 알 수 없다.
 
하루빨리 NFT에 대한 법률적인 체계가 확립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이 바로서고, 사업가에게는 안정된 경영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라본다.
 
권민 미술전문 세무사(MK@mktax.co.kr)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이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