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런 선거제도로 민주주의는 불가능
입력 : 2022-06-16 06:00:00 수정 : 2022-06-16 06:00:00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6·1 지방선거 이후에 여러 정당에서 혁신 논의가 있다. 물론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당의 혁신’과 함께 ’제도의 혁신‘도 필요한데, 그런 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이번 6·1 지방선거는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최악의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대량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전체 무투표 당선자는 508명에 달했다. 역대 최다규모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장 6명, 지역구 광역의원 108명, 지역구 기초의원 294명, 비례 기초의원 99명,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의원 1명이 투표도 없이 당선됐다. 2018년 지방선거 때의 89명에 비하면 5배 이상 늘어난 숫자이다. 선거를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렇게 무투표당선이 많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대구광역시의회, 광주광역시의회의 경우에는 의석의 절반 이상이 무투표 당선자로 채워졌다. 이렇게 무투표 당선자가 많은 이유는 거대양당 소속이 아니면 당선이 어려운 선거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수정당이나 무소속으로는 아예 출마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둘째, 표심 왜곡 현상이 심각했다. 특히 일부 지역의 광역지방의원 선거는 최악의 불비례성을 보였다.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 간의 불일치가 심각하게 나타난 것이다. 국민의 힘은 부산시의원 선거에서 63.0%의 비례대표 정당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의회 의석의 95.7%(47석중 45석)를 차지했다. 울산에서도 국민의 힘은 57.9%의 정당 지지를 받았지만, 시의회 의석의 95.5%(22석중 21석)를 차지했다. 경남에서도 국민의 힘은 62.4%의 정당 지지로 도의회 의석의 93.75%(64석중 60석)를 차지했다. 한편 2018년 지방선거 때에는 부산, 울산, 경남에서 정반대의 선거 결과가 나왔었다. 그때는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에 비해 훨씬 많은 의석을 얻었다. 이처럼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이 50~60%의 정당 지지로 90% 이상 광역지방의회 의석을 차지하는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10%에도 못 미치는 다른 정당의 의석으로는 최소한의 견제·감시도 어렵다. 그러니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할 리가 없다.
 
셋째, 거대양당으로의 쏠림현상이 강해졌다. 기초지방의원조차 거대양당 소속 당선자가 94.4%(2987명중 2819명)를 차지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거대양당 소속 당선자가 90.5%를 차지했는데, 그때보다 거대양당 소속 당선자 비율이 올라간 것이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지방의원 중에 소수정당 소속 당선자는 24명에 불과했다. 이것 역시 2018년 지방선거에서의 소수정당 당선자 107명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것이다. 무소속 당선자 144명 중에는 거대양당에서 공천을 못 받아서 출마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초지방의회조차도 다양성은 훨씬 축소된 것이다.
 
넷째, 투표율도 매우 낮았다. 2018년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60.2%였는데, 이번 6·1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50.9%였으니, 4년 만에 1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특히 광주광역시의 경우에는 이번에 37.6%라는 최저수준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2018년의 광주광역시 투표율 59.2%에 비해 20% 이상 떨어진 것이다. 그만큼 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많은 유권자가 투표장에 갈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거대양당으로의 쏠림 현상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유권자로서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싶은 데, 투표용지라는 객관식 답안지에는 찍고 싶은 답이 없으니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많은 것이다.
 
이처럼 이번 지방선거는 여러 면에서 사상 최악의 선거라고 볼 수 있다. 그 책임은 정당들에도 있지만, 현재의 잘못된 선거제도에도 있다고 본다. 90% 정도의 의석을 지역구에서 선출하고 10%의 비례대표를 장식품처럼 덧붙이는 현재의 지방의회 선거제도는 불비례성이 심할 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마저도 거대양당이 장악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특정 정당의 장기 일당 지배 현상을 낳고 있다.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을 보장하게 되니, 사실상 지방의원이 임명직처럼 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독일, 미국,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인정되고 있는 지역정당(local party)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인 정치결사체를 만들어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한데, 대한민국에서는 그것이 막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활 정치는 실종되고, 기득권자들의 목소리만 큰 의회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식의 선거제도로 선거를 계속할 것인지부터 논의가 되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여러 지역의 광역지방의회에서 정당 지지율에 비해 매우 적은 의석을 확보하는 부메랑을 맞았다는 점을 성찰하고, 이제라도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짜 혁신하는 길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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