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누리호 발사를 기다리며
입력 : 2022-06-16 06:00:00 수정 : 2022-06-16 06:00:00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이은 두번째 도전을 앞둔 가운데 나로우주센터 현장에선 현재 연구진들이 그야말로 피말리는 싸움을 하는 중이다. 누리호는 기상 문제 탓에 처음 예정됐던 일정에서 하루 지난 15일 발사대로 이송됐다가 같은날 늦은 오후 조립동으로 다시 이송됐다. 산화제 탱크 센서에 이상이 발생해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거대한 발사체가 느릿하게 오르내리는 모습은 우주 항행의 꿈, 우주 강국의 꿈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실감시키기에 충분했다. 발사 예비기간은 이달 16~23일로 설정돼 있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지만 발사를 이 기간 내에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첨단 우주기술이 총동원된 기체인 만큼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단순 부품 문제가 아니라면 발사 예비기간을 추후 재설정해야 한다.
 
일단 당장의 관심은 발사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쏠려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누리호는 이번 2차 발사까지 12년간 총사업비 약 2조원이 투입된 국가적 장기 대형프로젝트다. 러시아 기술을 기반으로 했던 나로호와 달리 발사대, 탱크, 동체, 엔진 등과 관련한 모든 부품의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이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되기도 했다.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참여한 국내 기업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300여개에 이른다. 누리호의 발사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국가의 반열에 7번째로 오르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해 누리호 발사 당시 문제가 됐던 3단 산화제탱크 내부의 고압헬륨탱크 하부고정부를 보강하고 산화제탱크 맨홀덮개 두께를 강화하는 등 이번 발사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하지만 우주는 쉽게는 하늘길을 내주지 않는 모양이다. 발사 후 약 16분이면 성공 여부가 일차적으로 판가름이 나는데, 이 16분을 맞이하기도 사실은 쉽지 않다. 국내 최초의 위성발사체 나로호도 2009년, 2010년, 2013년 총 3번의 도전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손에 땀흘리게 하는 누리호의 재도전을 바라보며 성패를 말하기 전 일단 연구진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다. 성공하면 온국민이 더 없이 큰 박수를 보내겠지만,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주요선진국들의 우주산업 예산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 정부의 우주산업 예산규모는 7억2200만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0.04%에 그쳤다. 우주개발에 가장 많은 예산을 지출한 미국은 476억9100만달러(0.21%)에 달했고, 그 뒤를 중국 88억5300만달러(0.04%), 프랑스 40억4000만달러(0.14%), 러시아 37억5900만달러(0.2%), 일본 33억2400만달러(0.06%), 독일 24억500만달러(0.06%), 영국 10억6100만달러(0.04%) 순으로 잇고 있다. 총액으로 보나 GDP 대비 규모로 보나 우주 개발에 나선 주요국 중 하위권이다.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마친 상황. 누리호 발사 성공 여부는 이제 하늘의 뜻에 달렸다고 본다. 이번 발사 도전을, 우주강국의 꿈을 향한 체계적이고도 규모 있는 지원책 마련의 계기로 삼는 것이 지금으로선 더 중요하다. 특히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현장 중계를 바라보며 응원하고 있을 정부 당국이 이 점을 깊이 새겼으면 한다. 정부 지원 강화는 누리호와 그 이후 나올 우주 발사체의 성공 확률을 높여갈, 사실상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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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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