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영화관 vs OTT, 이젠 공수 교대다
입력 : 2022-06-20 02:01:01 수정 : 2022-06-20 02:01:01
영화가 영화관으로 돌아왔다. 영화관이 관객들로 북적이고코로나19 팬데믹이후 첫 번째 1000만 영화(범죄도시2)가 나왔다. 막 개봉한마녀2’ 입 소문도 심상치 않다. 그 뿐 인가. 톰 크루즈 내한과 더불어탑건: 매버릭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외계+등 올 여름 영화관을 겨냥한 대작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팬데믹 이후 OTT에 잠식당할 뻔한 영화 플랫폼 주도권이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오고 있다. 바야흐로 공수교대 시간이 도래했다.
 
2020 3월 이전까지콘텐츠 시장주인은 영화관, 즉 스크린이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모든 산업이 온라인으로 강제 전환 되면서 콘텐츠 업계도 그 양상이 바뀌었다. 미국 소비 시장 상황에 맞게 출범된 OTT플랫폼이 전 세계에콘텐츠 표준유통 방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거리두기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영화업계에 큰 위기감을 몰고 왔다.
 
전통성과 상징성을 지닌 서울극장은 이 시기 폐업했다. 나머지 영화관도 간신히 버티고 버텼다. 상영업 시장 전체가 올 스톱이나 다름없었다. 버텼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은 말했다. 이제 극장은 올드(old)한 플랫폼이 됐고, 콘텐츠 미래는 OTT에 있다고. 하지만 그건 콘텐츠 미래일진 몰라도 대한민국 영화 미래는 아니었다. 한국 영화 힘은 ‘1000관객이란 상징적 내부 수요가 증명해 왔고, ‘1000이란 숫자를 위해 땀 흘리고 뛴 영화인들의 노력이 한국 고유 색깔을 지닌 세계적 작품을 배출해 낸 원동력이었다. 그 중심에 영화관이 있었다.
 
영화관이 버티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지원책 하나 없는 지난 시간 동안 영화관이 수익구조에만 반응해 차례로 문을 닫아버렸다면 어땠을까. 수많은 한국영화는 스스로 빛날 무대를 찾지 못해 그대로 묻혀버렸을 것이다.
 
엔데믹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상성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된 지금, 당장 OTT 플랫폼들은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OTT 물량 공세가 주춤해졌으며, 국내 시장 진출을 노렸던 여러 글로벌 OTT서비스들이 국내 토종 OTT서비스와의 제휴를 통한 우회 진출을 택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 중이다.
 
16일 오후 국내에서 열린 파라마운트+의 국내 미디어데이에선투자 규모는 돈에 맞추는 것이 아닌 작품에 맞출 예정이다는 말이 나왔다. 수천억 자금을 쏟아 붓던 작년과 확연히 달라진 흐름이 포착된다. 신중론을 가장한 투자 위축 움직임이 읽힌다.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잘 버텨준 영화관들에게 고맙단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영화관에 고맙다는 말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제2의 코로나, 2의 팬데믹은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 그때마다 영화관이 스스로 출혈을 감수해가며 간신히 버티다 끝내 문 닫는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마침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 영화인들을 불러 초대한 자리에서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겠다며 영화 산업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지원만 하고 간섭은 않는 김대중 정부의 문화정책이 있었기에 지금 한국영화의 글로벌화가 될 수 있었다면, 세계 정상급 수준에 있는 지금 한국영화가 현 정부의 무한 지원으로 10여 년 뒤엔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겠단 기대감도 생긴다. 세계 중심에 우뚝 설 한국영화를 더 많은 스크린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 한국영화 힘은 영화관에서부터 출발한다. 잊지 말자.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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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