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어디로 가야 하나①)출범 1년 6개월…아직은 낙제점
출범 후 3800건 접수… 인지 수사·구속 기소 ‘0건’
'고발사주' 사건 등 정치적 현안 죄다 무혐의 처분
공수처 "검사 수 고작 22명…절대적 인력 부족 탓 커"
입력 : 2022-06-22 06:00:00 수정 : 2022-06-24 14:05:36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검찰개혁 상징으로 국민의 기대 속에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올해로 출범 2년차를 맞이한 공수처가 지금까지 국민에게 보여준 것은 실망스런 모습뿐이었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서 드러난 수사력 부족, 통신자료 무차별 조회 논란 등으로 공수처 폐지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형적 인원구성, 수사 실무를 반영하지 못한 공수처법의 한계가 문제의 뿌리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폐지라는 극단적 처방 보다는 조직과 수사력 보완·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출범 2년차를 맞은 공수처가 가야 할 길을 법조계의 목소리를 통해 조망해본다.(편집자주) 
 
출범 1년 6개월을 맞이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성적표는 여전히 낙제점이다. 공수처 설립을 찬성했던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출범한 것만이 유일한 성과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지난 14일까지 공수처에 접수된 고소·고발 건수는 총 3800여건이다. 이 중 공제번호가 부여된 사건은 약 140건이며 이 가운데 70여건의 사건이 처리됐다
 
이 중 공수처 자체 인지 수사한 사건은 한 건도 없다. 지난해 구속영장 및 체포영장도 2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돼 구속 기소한 건 역시 ‘0’건이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과 연루된 ‘고발사주’, ‘옵티머스 부실 수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수사 방해’ 의혹 등의 사건은 줄줄이 무혐의 처분했다. 이밖에 ‘제보사주’ 의혹 박지원 전 국정원장, 공소시효를 놓쳐 사건을 ‘공소권 없음’ 처분한 검사 등에 대한 사건도 무혐의 결론을 내면서 기각, 각하 등을 제외한 ‘혐의 없음’ 처분 건수는 수십 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년이 훌쩍 넘도록 공수처는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뇌물수수 혐의’ 김형준 전 부장검사, ‘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쳤다.
 
공수처가 검찰 또는 경찰에 이첩해 수사 중인 사건도 대다수다.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와 지인 사업가로부터 ‘짝퉁’ 골프채를 받은 의혹으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부장판사 등을 기소했다.
 
공수처는 인력 부족과 수사 대상자가 검사 등 법률전문가라는 점을 호소하지만 법조계에선 공수처의 수사력을 지적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 수사 대상 고위공직자가 7000명이 넘지만 검사 총원이 처·차장 빼고 23명에 불과해 검사 인원수로는 최근 개청한 남양주지청과 비슷한 규모”라며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수사검사 1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공수처를 떠났다. 현재 공수처는 부장검사 2명 이내, 평검사 1명을 모집 중이다. 수사관도 최대 10명을 뽑을 계획이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누가 공수처에 가려고 하겠느냐”며 “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과거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은 비슷한 규모의 수사 인력으로도 성과를 냈다. 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수사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검사는 당시 윤석열 수사팀장(현 대통령)을 비롯해 한동훈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현 법무부 장관),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법무부 검찰국장), 양석조 대검 사이버수사과장(서울남부지검장) 등 20명 규모였다. 물론 박영수 특검은 ‘국정농단’ 단일 사건을 수사했고,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7000여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럼에도 수사력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공수처는 수사력 부족과 경험 부족의 한계를 드러내며 ‘폐지론’까지 직면한 만큼 대대적인 조직 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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