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마녀2’ 조민수 “쌍둥이 ‘백 자매’ 스핀오프, 재미있겠죠?”
1편 마지막 즈음 박훈정 감독이 만든 ‘백총괄’…“쌍둥이 설정 흥미로웠다”
“‘마녀 세계관’ 넓이와 깊이 가늠 안될 정도… 박훈정 외에 불가능한 설정”
입력 : 2022-06-22 01:00:01 수정 : 2022-06-22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곰곰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이름 석자만 떠올리면 맞아 이 배우가 있었지싶을 정도로 강렬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과거에는 충무로에서 가장 잘 팔리던 배우였다. 그의 외모에는 특별하게 섹시한 무엇이 있었고, 그래서 특별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차별화가 분명했다. ‘섹시함이라고 하지만 그게 그 배우를 규정하는 단 하나의 무엇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럴 것이다. 이 배우가 등장하면 극 전체의 공기 흐름이 뒤바뀌는 느낌 말이다. 그래서 이 감독도 당초 남자였던 이 배역을 한 관계자가 지나가는 말로 전한 이 배우의 이름 석자에 단 번에 극중 성별까지 교체하면서 캐스팅을 강행했다. ‘강행이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감독이 잠시 착각했던 것이다. 애당초 이 배우를 놓고 만들었을 텐데 뭔가 모르게 잠시 착각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영화 마녀시리즈 박훈정 감독 얘기다. 그리고 그 배우는 조민수. ‘마녀는 박 감독이 구상 중인 설명 불가능한 히어로 장르다. 현재 2편이 개봉했다. 사실 이 시리즈에 생명력이 깃들게 된 건 조민수란 배우의 공력이 절반 이상이다. 이 세계관을 창조한 박훈정 감독도 부인 못할 것이다.
 
배우 조민수. 사진=NEW
 
1편에선 히스테릭한 모습의 닥터 백을 연기했다. 그리고 1편 마지막에서 쌍둥이였단 설정이 등장한다. 2편에선 닥터 백의 쌍둥이 동생 백 총괄로 등장한다. 1편과 2편까지 이어지는 마녀세계관 속 마녀 프로젝트를 시작한 기획자. 그 인물이 바로 백 총괄이다. 성이 백씨란 것 외에는 언니나 동생 모두 직함이나 직급 정도로만 불린다. 쌍둥이 언니가 동생 모두 기괴한인물인 것만은 사실이다.
 
“’기괴하다라고 표현해 준 것에 너무 감사하고 소름 끼쳐요. ‘닥터 백이나 백 총괄모두 실제로 그렇게 보였으면 했거든요. 진짜 이상한 사람처럼. 이미 알려진 바대로 닥터 백은 원래 남자였어요. 그런데 저를 캐스팅하면서 여자로 변화됐죠. 그리고 백 총괄없던 인물인데 1편 마지막 즈음에 박 감독이 연락이 와서 추가 촬영 좀 하자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부랴부랴 만든 게 백 총괄이에요. 당시에는 너무 급하게 만드느라 구체적 설정이 안됐는데 이번에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누며 잡아갔죠.”
 
이 베테랑 여배우에게도 사실 백 총괄은 정말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1편의 닥터 백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다고. 우선 백 총괄 1편의 닥터 백보단 이성적이고 침착한 모습이다. 그리고 상황을 주시하고, 그 상황 전체를 꿰뚫어 보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건 따로 있었다. 이런 감정적 연기야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런데 연기 생활 동안 이런 설정은 정말 경험해 보지 못해서 너무 답답했다고.
 
배우 조민수. 사진=NEW
 
“(웃음) 다른 건 다 참겠더라고요. 근데 백 총괄이 계속 휠체어만 타고 다니잖아요. 그리고 별로 이동하는 게 없어요. 등장하면 그냥 가만히 앉아서 대사만 주고 받아요. 그게 너무 미치겠더라고요. 하하하. 1편에서 닥터 백은 정말 미쳐서 방방 뛰는 장면도 있고 이상하게 기분이 업 되고 또 종잡을 수 없는 그런 면이 있었잖아요. ‘백 총괄은 눈 빛으로만 그걸 대신해야 하니 나도 답답해 죽을 뻔 했어요. 오죽하면 박훈정 감독에게 나 좀 일어나면 안돼?’라고 부탁했을 정도에요.”
 
조민수는 박훈정이란 연출자를 알게 된 것을 인생의 최고 행운 중 하나라고 꼽을 정도다. 솔직히 자신의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은 정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마녀를 만나면서 허무맹랑하지만 그 안에서 모든 상상력을 발휘해 새롭게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는 배역을 연기할 기회가 얼마나 될까 싶었다고. 지금도 박훈정 감독을 보면 그 상상력의 폭과 넓이에 놀라고 또 놀라게 된단다.
 
“1편 끝날 시점에서 아까 말씀 드린 대로 백 총괄을 만들어 내시더라고요. 그 지점에서 또 세계관을 확장시키더니 다른 얘기를 풀어내신 거죠. 글을 쓰시던 분이라 이런 상상력이 가능하구나 싶었죠. 정말 놀라웠어요. 지금도 그 넓이와 깊이는 가늠이 안될 정도에요. 마녀들의 엄마가 누굴까. 거기서 다시 시작을 하면서 그 세계를 넓게 펼쳐 놨는데 그걸 영상으로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결단은 박훈정이란 사람 외에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배우 조민수. 사진=NEW
 
사실 그는 이번 인터뷰가 쑥스럽고 낯뜨겁단다. 1편에 비해 2편에선 출연 분량이 현저히 적어졌다. 물론 전체 세계관을 놓고 본다면 백 총괄의 무게감은 엄청나다. 그럼에도 이렇게 이 세계관에서 어린 후배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단 것에 큰 위안을 가지면서 즐기고 또 즐기는 중이라고. 자신의 몫 정도는 충분히 해냈고 아직은 더 즐길 수 있고 그 즐김을 당분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한다.
 
“’마녀시리즈는 두 가지가 주목이 될 거 같아요. 여자가 이렇게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는 한국 장르 영화가 있을까 싶어요. 그런데 마녀가 그걸 해냈잖아요. 그리고 세계관이 무한대로 확장 가능할 듯해요. 마블도 되는데 우린 뭐가 아쉬워서 안되겠어요. 창작 능력은 이미 우리가 더 앞섰고, 기술력도 이젠 충분하잖아요. 못할 이유가 없다고 봐요. ‘마녀가 너무 그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백 총괄의 세계관도 사실 너무 궁금해요. 박훈정 감독에게 스핀오프로 만들자고 조를까 봐요(웃음)”
 
마녀2’에서 백 총괄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1편과 2,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를 생각하면 백 총괄은 사실상 이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시작과도 같은 인물이다. 이미 1편에서 등장한 닥터 백도 있지만 이 프로젝트 자체의 시작은 백 총괄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을지는 조민수의 연기 스타일 그리고 그걸 보고 만들어 나갈 박훈정 감독에게 달렸다.
 
배우 조민수. 사진=NEW
 
박 감독이 언뜻 마녀 9편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지나가는 말로 하더라고요(웃음). 2편이 전체 스토리의 오프닝 성격이라면 한 템포 쉬어가면서 백 총괄은 어떤 인물이고 닥터 백은 어떤 인물일까. 그런 얘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웃음). 2편 오프닝에 등장한 대사인 얘 자기가 누군지 진짜 모르나 보다란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걸 파고 들면 또 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거죠. ‘마녀세계관이 이렇다니까요. 하하하.”
 
창조와 변주가 무한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설정의 마녀세계관에 대해 조민수의 애정은 상당했다. 어떤 식으로든 이 세계관에서 당분간 조민수의 존재감이 이어질 듯하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설정된 백 자매자체가 조민수란 배우의 아우라를 빌려 만들었기 때문에 그를 빼고 논한다면 마녀를 좋아하는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란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배우 조민수. 사진=NEW
 
이런 시리즈 안에 배우가 존재한단 게 얼마나 행복해요. 진짜 지금 너무 행복해요.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사실 맡을 수 있는 배역이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이 나이에도 이렇게 다이나믹한 얘기를 연기할 수 있단 게 얼마나 복 받은 일이에요. 이렇게 젊고 힘 있는 후배 배우들과 어떤 문화 자체를 만들어 가는 작업에 함께 했단 것. 제 배우 생활 동안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일 거에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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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