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하늘이 도운 누리호, '국뽕'이 차올랐다
흐렸던 하늘, 오후 되면서 맑아져…"간절히 성공 염원" 재차 강조
누리호 비행 모습 육안 관측…안내 방송 뒤 박수 소리 들려
"누리호 성공, 연구진 피·땀·열정 쏟은 결과"
입력 : 2022-06-22 06:00:00 수정 : 2022-06-22 06:00:00
[고흥=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마침내 우주로 향했다. 누리호의 두 번째 발사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던 하늘이 이날 만큼은 누리호의 편이었다. 
 
엿새 만에 다시 찾은 나로우주센터는 여전히 평온했다. 지난주와 다른 것이 있다면 잔뜩 찌푸린 하늘이었다. 청명했던 지난 15일의 하늘과 달리 20일의 하늘은 당장 비가 내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발사 당일인 21일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우천 예보는 사라졌지만 습한 공기와 함께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했다. 비상하는 누리호의 불꽃이라도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21일 오전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전남 고흥 일대의 모습. 비는 오지 않았지만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다. (사진=김진양 기자)
 
그럼에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진들의 분위기는 고무적이었다.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바람이 잦아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성공에 한 걸음 다가선 듯 표정이 좋았다. 지난 17일 발사 날짜를 다시 정할 때만 해도 남아있던 불확실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리고 있었다. 
 
진인사 대천명. 누리호 2차 발사를 반나절 앞둔 나로우주센터의 분위기는 이 한 단어로 요약됐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간절히 성공을 기원했다.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발사 준비가 시작됐다. 추진 공급계 점검, 상온 고압 탱크 충전, 산화제 탱크 냉각 작업 개시 등 발사 준비 과정이 하나씩 진행될 때마다 나로우주센터 내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안내 방송이 거듭될수록 누리호 발사가 임박했음이 느껴졌다. 
 
21일 정오가 지나면서 나로우주센터의 하늘이 맑게 갰다. (사진=김진양 기자)
 
정오를 넘기며 하늘 빛이 달라졌다. 자욱했던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언제 비가 온다했냐는듯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화창한 여름 날이 됐다. 그 사이 누리호의 발사 준비 점검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 충전이 시작됐다. 
 
마침내 누리호의 최종 발사 시각이 확정됐다. 당초 예정한 4시에 발사가 진행된다. 지난해 1차 발사 당시에는 당일 발사 시각이 한 시간 정도 지연됐는데, 이날에는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계획대로 발사가 진행될 것이란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의 설명이 뒤따랐다. 
 
21일 오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나로우주센터 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를 찾아 "성공을 기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김진양 기자)
 
발사 시각이 정해지면서 나로우주센터를 감돌던 긴장감은 한층 더 고조됐다. 연료 탱크 충전과 산화제 충전이 차례로 완료됐고 누리호를 받치고 있던 기립장치도 철수됐다. "이번엔 진짜 우주로 갈 수도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때마침 프레스센터를 찾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모두 마음을 담아서 기원하고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발사 10분 전, 발사자동운용(PLO) 프로그램이 개시됐고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 있던 항우연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보다 분주히 움직였다. 프레스센터가 차려진 나로우주센터의 우주과학관에서는 발사 직후 산 너머로 날아 오르는 누리호의 모습만을 볼 수 있었기에 저마다 관측하기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누리호의 발사가 예정된 21일 오후 4시가 임박하자 기자들이 발사 관측을 위해 프레스센터 외부로 나오고 있다.(사진=김진양 기자)
 
오후 4시 정각, 드디어 누리호가 발사됐다. 산에 가로막혀 누리호의 이륙 모습은 TV 중계 화면으로 봐야 했지만 멀리까지 전해지는 굉음과 바람, 진동은 현장감을 느끼기 충분했다. 맑은 하늘에 한 줄기 빛 처럼 날아오르는 누리호의 모습은 우주에 문외한인 기자의 가슴도 벅차오르게 했다. 누리호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2분 남짓. "멋있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시쳇말로 '국뽕'이 차올랐다.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바라본 누리호의 비행 모습. 발사대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이었음에도 굉음과 바람, 진동이 전해졌다. (사진=김진양 기자)
 
프레스센터 장내에는 누리호의 비행 현황이 계속해 전해졌다. 4시13분경 누리호가 목표 궤도인 700㎞ 투입이 확인됐다는 방송이 나올 때에는 발사 통제동의 박수와 환호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뒤이어 성능 검증 위성과 위성모사체가 순차로 분리됐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과기부와 항우연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확언할 수 없었지만 사실상 발사는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봐도 무방했다.
 
오후 5시10분 이종호 장관이 '발사 성공'을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박수로 축하를 전했다. 이 장관은 '땀과 눈물과 열정을 쏟은' 연구진들을 치하했고, 연구진들은 한결같이 지지와 응원을 보낸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1차 발사에서 실패한 후 얻은 성과라, 악천후와 기체 결함이라는 난관을 이겨내고 얻은 값진 결과라 감동은 더 크게 다가왔다. 
 
고흥=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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