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빚 3400조 돌파…"억제와 리스크 심화 관리 절실"
한은, 22일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의결
1분기 가계·기업 부채 규모 3468조4000억원
금융불안지수(FSI) 8로 주의 단계 임계치 진입
한은 "금융불균형 누증 억제로 금융기관 복원력 제고해야"
입력 : 2022-06-22 13:59:09 수정 : 2022-06-22 13:59:09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빚이 3400조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은 200%를 넘는 등 민간 부채 규모가 전체 국내 경제 규모의 2배에 달했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 시스템의 불안 상황 지표인 '금융불안지수(FSI)'가 주의 단계에 들어섰다.
 
가계부채 누증, 높은 주택가격 수준 등 잠재한 취약 요인이 우리 금융 시장에 추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불균형 누증을 억제해 금융 기관의 복원력을 제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19.4%로 전 분기 대비 0.1%포인트 축소됐다. 이 비율은 지난 2020년 1분기 200.2%로 처음으로 200%를 넘어선 후 200% 수준을 유지해 왔다.
 
주체별로는 가계가 104.5%로 전 분기(105.8%) 보다 1.3%포인트 하락했고, 기업이 114.9%로 전 분기(113.7%)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1분기 가계와 기업 부채를 더한 규모는 3468조4000억원으로 파악됐다.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이는 전 분기(7.6%)보다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분기(7.8%) 증가율보다 감소한 6.3%를 기록했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3.7%로 전 분기(7.1%)보다 증가세가 소폭 둔화됐다.
 
기업부채는 1609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8% 늘어났다. 코로나19 금융지원조치 연장, 원자재 가격 상승, 설비 및 부동산 관련 투자 확대,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출규제로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취급 확대 등 영향에 높은 증가세가 유지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지난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보다 40.3%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2020년 4분기 803조5000억원으로 800억원을 넘어선 후 지난해 4분기에는 909조2000억원으로 다시 900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누증된 가계부채는 금리 상승, 자산가격 변동 등 여건 변화에 따라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을 늘리고 소비여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달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는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지난 3월 이후 주의 단계 임계치인 8에 진입했다. 금융불안지수는 올해 1월 6.2, 2월 6.8, 3월 8.9, 4월 10.4, 5월 13으로 높아지면서 2020년 9월(15.9)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불안지수는 지수가 높을수록 금융 불안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가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다. 금융불안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2월 10을 기록한 후 5개월 만인 7월(21.8) 위기 단계에 진입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기업들의 줄도산으로 곧바로 위기로 이어졌다"며 "현재는 미국 금리 인상, 국제유가, 우크라이나 리스크, 물가 등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른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시스템 내 중장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지난 1분기 52.6으로, 가계부채 누증, 높은 주택가격 수준 등이 주요 취약 요인으로 잠재하며 여전히 장기평균(37.4)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금융취약성지수는 지난해 2분기 2008년 4분기 수준인 59.9까지 급등한 후 3분기 58.6, 4분기 54.8로 점진적 둔화 추세에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면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며 "금융불균형 누증을 억제하는 한편 대내외 리스크 심화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기관의 복원력을 제고하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은 2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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