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헤일로’ 하예린 “같은 동양 배우들 위해 진짜 잘해내고 싶다”
7개월 간 오디션 후 최종 캐스팅…“진짜 꿈 같았고 기적이었다”
“1화 액션 장면만 한달동안 촬영…특수 촬영 정말 너무 힘들어”
입력 : 2022-06-24 01:00:01 수정 : 2022-06-24 01:07:3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하예린, 낯선 이름이다. 얼굴도 낯설다. 국내에선 활동 경력이 전무하다. 하지만 그의 외할머니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원로 배우 손숙이 그의 외할머니다. 하예린은 손숙의 외손녀인 셈이다. 호주에서 태어나 살아온 그는 국내를 오가며 외할머니의 연기를 보며 자랐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기와 가까워지면서 호주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서양의 시선에서 여전히 동양의 배우들은 낯선 존재다. 배역도 극단적으로 한정돼 있단다. 그런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파라마운트의 OTT플랫폼 파라마운트+’를 통해 공개되는 시리즈 헤일로의 오디션 기회가 왔다. 거부할 이유도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차근차근 준비를 해 임했다. 결과적으로 하예린은 헤일로에서 주요 캐릭터인 관 하역을 맡았다. 그의 극중 아버지이자 반란군 대장 진 하역은 국내 스크린을 통해 주로 활동해 온 배우 공정환이 맡았다. 동명의 Xbox 게임이 원작인 헤일로26세기를 배경으로 인류와 외계 종족의 갈등을 그린다. 하예린을 통해 이 시리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배우 하예린. 사진=파라마운트+
 
하예린은 호주에서 연극 활동을 주로 해왔단다. 국내에선 이번 기회에 손숙의 외손녀로 알려졌을 뿐 활동 자체가 없었다. 사실 호주에서도 메이저 무대 활동보단 마이너 무대 활동을 주를 이뤄왔다고. 그런 활동 기간 중에 한 선배의 권유로 헤일로오디션을 보게 됐단다. 사실 특별한 기회를 잡은 게 아니라 누구나 참여 가능한 오픈 캐스팅 오디션이었단다.
 
당시에 제 기억으론 대학교 졸업 공연을 앞두고 있었어요. 그때 선배가 오픈 캐스팅 관련 포스터를 공유하면서 오디션을 권유했었어요. ‘저한테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죠(웃음). 1분 분량의 자기 소개 영상을 찍어 보냈고, 그 이후에 여러 차례 영상관련 오디션을 보면서 흐르고 흘러서 7개월이 지난 뒤 캐스팅 확정이 됐었죠. 진짜 꿈 같았었죠(웃음)”
 
배우 하예린. 사진=파라마운트+
 
하예린은 헤일로의 원작 게임을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오디션 당시 이 작품 정체를 알고 있었을까. 할리우드 작품 특성상 비밀 유지가 관건이다. 그래서 오디션 기간 동안에는 도대체 어떤 작품 오디션인지 전혀 몰랐단다. 캐스팅이 확정된 뒤 비밀유지협약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대본을 받았다. 대본에서 마스터 치프란 등장 인물을 보고 헤일로임을 알게 됐단다.
 
게임을 즐기는 스타일은 아닌데, ‘헤일로는 당연히 알고 있었어요. ‘마스터 치프란 단어를 보자마자 헤일로?’라고 깜짝 놀랐죠. 정말 너무 큰 작품에 캐스팅 됐단 걸 알게 된 후 더 긴장도 되고 놀라기도 했었어요. 무엇보다 지금 기대를 하는 건 OTT로 한국에도 서비스가 되니 제 연기를 보실 한국 시청자분들의 평가가 어떨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되요.”
 
배우 하예린. 사진=파라마운트+
 
하예린이 연기한 관 하는 비주얼부터 파격적이다. 이른바 반 삭()’ 헤어스타일이 눈길을 끈다. ‘헤일로자체가 워낙 거친 액션이 많기에 운동을 하고 트레이닝을 거듭하면서 몸 만들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무엇보다 관 하의 성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단다. 게임에는 없는 관 하캐릭터를 상상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단다.
 
“’관 하는 고집도 세고 의견도 강하고 자기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이에요. 사실 자신감이 있는 척을 많이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헤어스타일이 되게 특이하잖아요. 맨 처음 헤어 스타일 미팅을 하러 갔을 때 다들 저를 쳐다보면서 웃기만 해서 이상했죠. 제가 스태프분들에게 헤어 스타일을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니까 사진만 넘겨주더라고요. 그 사진을 보고 너무 당황해서 대기실에 가서 10분 동안 마음을 가다듬고 왔어요. 그때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보세요 여전히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죠(웃음)”
 
배우 하예린. 사진=파라마운트+
 
헤일로 SF액션 장르답게 OTT콘텐츠의 한계인 작은 모니터안에서도 폭발하는 듯한 거친 액션이 돋보인다. 특히 1화에선 상상을 넘어선 액션이 있다고 귀띔한다.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또 배운 점도 너무 많았다며 큰 작품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간 자신이 버텨온 시간이 너무 소중하단 뜻도 전했다.
 
“1화 액션 장면만 한달 동안 찍은 것 같아요. 특히 전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가 처음이잖아요.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상상만으로 여기에 지금 커버넌트’(외계종족)가 있다고 여기고 찍어야 하잖아요. 특수 촬영을 하면서 제가 부족한 게 뭐고 어디가 어떻게 부족한지 진짜 많이 깨닫게 된 순간이었어요. 촬영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했는데 저 혼자 지내야 해서 외로움도 컸어요.”
 
배우 하예린. 사진=파라마운트+
 
최근 K-콘텐츠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대세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동양권 배우들의 활동 영역은 제한적이다. 특히 하예린 같은 동양 출신의 신인 여배우에겐 사실상 극한의 영역이나 다름 없다. 그런 의미에서 헤일로의 캐스팅 자체는 기적에 가까울 정도다. 그래서 하예린은 정말 너무 잘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제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 문제가 아니었어요. 할리우드에서 동양 캐릭터가 있단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잘해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주는 작품이에요. 제가 잘하면 앞으로 젊은 동양 배우들에게 어떻게든 기회가 더 많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말 동양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더 많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제가 헤일로에서 진짜 잘해내면 그 길이 좀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 하예린. 사진=파라마운트+
 
국내 활동 및 외할머니 손숙과 한 작품에서 활동하는 계획 그리고 호주와 할리우드 등 다양한 곳에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궁금했다. ‘헤일로를 통해 메이저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신인 배우이기에 얼떨떨할 시기일 듯하다. 그럼에도 워낙 큰 메이저 스튜디오의 글로벌 콘텐츠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하예린은 웃으며 손사래다.
 
우선은 헤일로시즌2 촬영이 결정됐어요. 당분간은 시즌2 촬영에만 집중할 듯해요. 그 이후 계획은 아직 전혀 없어요(웃음). 이제 막 시작한 신인 배우인데 뭘 어떻게 하겠단 계획보단 주어진다면 뭐라도 다 부딪쳐 보고 싶어요. 진짜 정말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것에 집중하는 활동을 당분간 이어나가고 싶은 생각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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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