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화 문의도 없어요"…강남도 거래 씨 말랐다
금리인상·집값 급등 피로감에 아파트 거래 '뚝'
매수문의 빗발쳤던 대선 직후와 딴판
"거래 활력 잃어…확실한 규제 완화 없는 한 관망세"
입력 : 2022-06-24 08:00:00 수정 : 2022-06-24 08:00:00
서울 서초구 반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전화 문의도 없어요. 앞으로 경제가 어찌 돌아갈지 모르는데 누가 집을 사겠어요"(반포의 한 공인중개사)
 
서울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강남에서도 주택 거래가 메말랐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집값 고점 인식이 퍼지면서 부동산 '불패 지역'인 강남도 주춤한 모양새다.
 
소나기가 주륵주륵 내리는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부동산 밀집 상가를 방문했다. 상가 3개동을 돌았지만 비를 피하는 사람들만 보일 뿐 부동산을 찾는 이는 없었다.
 
한 부동산에 들어가 반포 일대 분위기를 물어보니 한숨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A부동산 관계자는 "아가씨가 여기 있는 30분 동안 주변에서 전화 벨 소리조차 들리지 않죠? 매수 문의도 없고 조용합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금리가 계속 오르고 앞으로 집값이 오를지 불투명한데 지금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대선 이후 찾은 강남 부동산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당시 매수 문의는 많은 반면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올렸었다. 세 달이 지난 현재 매수 열기가 완전히 식은 것이다.
서울 강남구 일대 빌라 밀집지역. (사진=김성은 기자)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매매수급지수는 등락을 반복하다 5월 3주 97.5를 찍고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지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B부동산의 중개사는 "정권이 바뀌고 규제 완화 기대감에 한 달 정도는 반짝 매수 문의가 빗발쳤다"며 "지금 실질적으로 완화된 것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는 한 강남권은 계속 관망세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포가 속한 서초구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곳인 데다 재건축 단지가 많아 집값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에 따르면 서울은 전체 -0.03%를 기록했지만 서초구는 0.02% 상승했다. 강남4구 중에서도 하락세를 보인 송파구(-0.02%)와 강동구(-0.03%), 3주째 보합인 강남구와는 상이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극심한 거래절벽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직방 집계 결과, 이달 서초구의 최고가 거래(같은 가격 거래 포함) 건수는 5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동월 최고가 거래는 107건에 달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달 신고된 거래 기준인 만큼 내달 말에 정확한 수치가 집계되지만 평년과 비교할 때 차이가 크다"며 "거래 활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강남구 일대 빌라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억 단위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오피스텔 등이 아니면 수요자들이 쉽사리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논현동 C부동산 관계자는 "급하지 않은 매도자들은 호가를 올리며 기다리고 있고, 매수자들은 좀 더 기다리면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대기 중으로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익이 확실히 보장되는 오피스텔 분양권 정도만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강남권의 정비사업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금리 인상 우려와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경제여건 등을 고려하면 시장 상황은 썩 좋지 못하다"며 "한동안 지금 분위기가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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