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돈 코인 시장②)실효성 논란 이는 자율규제론…근본대안은?
정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 규제안 검토
전문가들 "자본시장법 준하는 규제 필요…피해예방에도 신경써야"
입력 : 2022-06-27 06:09:57 수정 : 2022-06-27 06:09:57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루나·테라 폭락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글로벌 각국의 규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에선 디지털자산기본법(가칭) 제정을 비롯해 거래소들간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추진하며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준비 중인 규제 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3년전 추진했던 규제안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데다, 거래소들의 자율규제에 무게가 실린 근시안적인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 주최로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점검 당정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맞춰 가상자산 업권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불공정 거래 등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한편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 간 접점이 늘고 있고 가상자산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여기엔 가상자산 발행과 상장, 상장폐지 등 거래소와 발행사의 주요 행위 규제가 담기는 한편 투자자 보호나 거래 안정성 제고 방안 등도 마련될 예정이다. 본격적 입법 작업은 미국에서 가상자산 입법논의가 이뤄지는 10월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정부·민간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자산위원회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22일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이 뭉친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루나 폭락 사태 후속 대책으로 공동대응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코인 상장과 폐지 등 최소한의 공통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적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거래소 자체적인 규제안 마련으로는 한계가 많다고 지적한다. 루나 사태 이후에도 암호화폐 가치 폭락으로 인해 미국의 암호화폐 담보 대출업체 셀시우스에서 대규모 인출 사태 문제가 터지는 등 지속되는 악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선 효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증권형 토큰으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ICO에 과징금을 매기는 등 규제를 강화했듯이 일부에선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해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업계에서 자정 차원에서 하는 자율규제만으론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규제를 못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하려는 의지가 없다. 미국 SEC는 증권형 코인에 대해서만 규제하고 있는데 그 외 코인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문제 사안을 조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새로 만들거면 자본시장법처럼 만들어야 하는데, 굳이 시간을 들여 만들기보단 기존 법 적용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규제가 심하지 않은 미국도 리플에 대해 (미등록 증권으로 간주해) 소송을 걸기도 했는데 국내 금융당국은 문제 상황에 대한 대응에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뿐 아니라 코인발행사 등까지 아우르는 실질적인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자율규제가 준비가 잘 돼 있으면 정부가 규제를 안해도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서 "거래소뿐 아니라 코인 발행사들도 아울러 자율규제를 하도록 해야하며 투자자들에 대한 교육을 통한 예방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벌은 최후의 수단이고, 교육과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5대 거래소간 연합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방식에 대해 카르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화마켓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들 간에도 경쟁하는 체제에서 효율적 가이드라인이 나올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5대 거래소 외 코인마켓 거래소들도 별도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자율규제안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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