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이스피싱 이용된 통장 돈, 명의자 환급거부는 부당"
"은행 직원 여부 확인 안한 것, 중대 과실로 볼 수 없어"
입력 : 2022-06-27 07:00:00 수정 : 2022-06-27 07:21:52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에 통장이 이용됐다는 이유만으로 통장 명의자의 예금채권 2000만원을 소멸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통장 명의를 빌려준 A씨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소멸채권환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에 속아 주민등록번호, 통장계좌번호 등을 알려줬고 같은 날 통장 거래실적을 쌓아야 낮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계좌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사기범에게 전달했다.”며 “이후 A씨가 부동산을 매수하기 위해 이 계좌로 입금했고 이는 정당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기범들이 A씨에게 해당 은행 직원이라는 조작된 프로필을 제시했음에도 A씨가 실제 직원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주민등록번호 등을 전달한 과실은 인정되지만, 이를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규정된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중대한 과실'로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에 따르면 계좌 명의인이 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에 채권소멸 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재판부는 “A씨의 경우 자신의 은행 계좌가 사기범들의 범행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A씨의 주장대로 사기범들이 A씨의 돈 500만원을 인출한 가능성도 있어 A씨도 피해자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금융감독원이 피해자의 자금이 혼입됐다는 이유만으로 A씨의 예금채권을 소멸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A씨는 시중 은행을 가장한 서민 생활자금 대출 관련 문자를 받고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주민등록번호, 통장계좌번호 등을 알려줬다. 사기범은 A씨에게 통장 거래실적을 쌓아야 낮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A씨는 이 말에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금과 중도금 2500만원을 이 계좌로 송금받은 뒤 2000만원을 자신의 다른 계좌로 송금했다.
 
A씨가 부동산 매매 계약 체결 전에 보이스피싱 피해자 B씨는 A씨의 계좌로 3350만원을 송금했다. 이후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자신이 돈을 송금한 은행에 지급정지 및 피해구제를 신청하고, 금융감독원에 채권소멸절차 개시요청을 했다.
 
이를 알게 된 A씨가 은행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은행은 계좌에 입금된 자금이 피해자금과 A씨의 자금이 혼입돼 객관적인 자료에 따른 소명이 되지 않는다며 반려했다. 금융감독원은 절차에 따라 A씨의 채권을 소멸시켰고 해당 계좌의 잔액 약 2000만원을 B씨에게 환급했다.
 
이에 A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았을 뿐 내 계좌가 범죄에 사용되는 줄 몰랐고 사기범에게 5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금융감독원의 채권소멸 처분은 위법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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