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통제의 실체 담아 낸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동명 스페인 원작 리메이크, 스토리 상황 맞게 가상의 통일 한국 배경
통일 직전 한반도 잠식 경제 부흥 이면…자본주의 병폐와 계층간 갈등
입력 : 2022-06-27 00:02:01 수정 : 2022-06-27 00:02: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종이로 만든 집. 얼마나 손쉽게 만들었을까. 그래서일까. 태생적 위태로움은 숨길 수 없을 듯하다. ‘보기엔 번듯하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불안한 현실에 대한 직유가 제목 자체에 담긴 의미는 아닐까 싶다.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게 지금의 위상을 만들어 준 스페인 원작 종이의 집이 국내에서 리메이크됐다. ‘교수라 불리는 천재적 전략가 그리고 그의 밑으로 합류한 여러 강도단. 그들은 조폐국을 턴다. 사상 최대 금액이라 할 수 있는 10억 유로다. 2022 6월 기준 한화로 환산하면 약 4조원 규모. 이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피부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1000만 시민이 사는 세계적 거대도시 서울의 1년 예산이 약 30조원 규모다. 이 돈의 약 1/8이 한 방에 사라지는 것이다. 그 과정을 그린 게 종이의 집이다. 현재까지 파트1부터 파트5까지 총 48화가 공개됐다. 이번에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종이의 집은 원작 파트1에 해당한다. 물론 리메이크란 각색 과정을 거쳤기에 국내 상황에 맞는 변형이 이뤄졌다.
 
 
 
일단 당연하게 한국이 배경이다. 하지만 가상의 한국이다. 남과 북이 종전선언을 했고 이제 통일을 위한 과정에 돌입한다. 두 체제는 우선 경제협력부터 시작한다. 이 과정이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반도 비무장지대에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통일 한반도 조폐국이 세워지게 된다. 이 공간 공동경제구역 JEA’라 불린다.
 
당연히 사회주의 체제 북한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대한민국의 통일 과정은 녹록하지 않다. 급속도로 자본주의가 밀려드는 북한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 버겁다.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다. 밀려드는 인력 자원을 수용할 외형적 경제 규모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수요보다 공급이 포화상태를 넘어설 위기다. 이 흐름 자체를 직격탄으로 얻어 맞은 인물이 북한 출신 도쿄’(전종서). 이름은 없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선 원작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코드명으로 불린다. 그리고 도쿄는 이 시리즈 화자이기도 하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 사진=넷플릭스
 
수요와 공급의 적절한 균형점을 넘어선 통일 과정의 대한민국 경제 체계는 가뜩이나 극심했던 빈부 격차를 더욱 더 가속화시킨다. 그 중심에 도쿄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앞에 교수’(유지태)가 나타났다. 교수는 큰 건이 있다며 도쿄에게 손을 내민다. 그렇게 모여 든 인물들이 총 8, 북한 최악의 수용소에서 평생을 산 최고의 악바리 베를린(박해수), 땅굴파기 전문 털이범 모스크바(이원종), 뒷골목 싸움꾼이자 모스크바의 아들 덴버(김지훈), 천재 해커 리우(이현우), 특급 사기꾼 나이로비(장윤주), 그리고 조선족 출신 폭력배 헬싱키(김지훈, 덴버역 김지훈과 동명 이인), 오슬로(이규호)까지. 교수는 이들을 모두 규합한 전략 전술가. 그는 이들에게 통일 한반도의 경제 체계를 이끌어 갈 통일 화폐를 찍어내는 공동경제규역 조폐국을 털 계획을 공개한다. 이들이 노리는 금액은 약 4조원, 교수를 포함해 9명 강도단 멤버 1인에게 돌아가는 금액만 4400억에 달한다. 상상을 초월한 금액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 사진=넷플릭스
 
이들 강도단, 이 정도 엄청난 규모의 돈을 훔치는 데 은밀히 움직여야 할 듯하다. 하지만 우리 예상을 대놓고 깨버린다. 처음부터 이들은 우린 강도다라면서 공동경제구역 조폐국에 침입한다. 남북한 정부 통일 계획 전초전이나 다름 없는 공동경제구역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도단이 침입했다. 즉각 남북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응팀이 꾸려진다. 대한민국에선 협상 전문가 선우진 경감(김윤진)이 투입된다. 그리고 북한에선 특수작전부대를 이끌던 차무혁 대위(김성오)가 책임자로 온다. 남북한 합동 대응팀은 선우진 경감을 총책임자로서 공동경제구역을 장악한 강도단과 대치한다. 강도단 협상 창구는 당연히 교수’. 교수는 남북한 합동대응팀 전략을 이미 다 안다는 듯 공동경제구역에 침입한 강도단 일거수일투족을 진두지휘한다. 이쯤이면 시청자들도 알게 될 듯하다. 사실 이 모든 건 교수가 짜놓은 판이다. 강도단이 공동경제구역에 침입하기까지의 과정, 남북한 합동 대응팀 투입, 그리고 그들의 전략까지도. 도대체 교수는 누구일까. 그리고 교수의 제안에 이 작전에 투입을 결정한 8명 강도단 개개인은 어떤 사연이 있을까. 또한 이 사건 전체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인물이 도쿄인 이유는 뭘까.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 사진=넷플릭스
 
앞서 언급됐지만 스페인 원작과 이번 국내 버전 가장 큰 차이점은 공간 설정에서 시작된다. 원작은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던 스페인을 비롯한 이른바 ‘PIGS 사태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당시 극중 재정 위기 극복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화폐 발행이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화폐 발행은 불안정한 경제 체계를 더욱 더 빠르게 붕괴시키는 병폐로 작용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내 버전 역시 비슷한 설정에서 출발하는 듯하지만 그 결 자체가 많이 다르다. 우선 이 사건 진두지휘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교수. 물론 그의 정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장면이 시즌1에 해당하는 이번 파트1’ 마지막에 공개된다. 하지만 그 이유보단 국내 버전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화자역할의 도쿄가 처한 상황을 유추해 보면 국내 버전 흐름을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된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 사진=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교수와 도쿄의 만남을 통일 직전 한반도를 잠식한 경제 부흥의 이면, 그리고 경제 부흥을 위해 희생된 수 많은 대중들의 희망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 속에서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병폐와 그 병폐가 태생적으로 조장시킬 수 밖에 없는 사회 계층간 갈등 심화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란 제목 안에 고스란히 녹아 들었고, 또 그에 대한 여러 은유를 포함한 내용 흐름이 감지된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 사진=넷플릭스
 
공동경제구역 JEA’를 기준으로 안과 밖 풍경도 생경하면서 또 익숙하다. 조폐국장(박명훈)의 몰염치와 기회주의적 면모는 자본주의 자체 민 낯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조폐국 직원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강도단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경제 주체 핵심인 돈을 관리하는 이 공간 안에서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온전히 그대로 보여주는 과정이라 받아 들인다면 상당히 날카로운 은유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총을 들고 있는 자와 묶여 있는 자 그리고 통제하는 자와 통제 받는 자의 역설이 이 공간 안에 오롯이 담겨 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 사진=넷플릭스
 
이들 외에 도쿄부터 베를린 그리고 모스크바 덴버 리우 나이로비 헬싱키 오슬로까지. 강도단 8명의 개인사에 얽힌 내용은 이번 파트1에서 언급조차 안 된다. 이들 8명 개인사가 풀리는 파트2에선 과연 무엇이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로움이 더 짙어질 전망이다. 또한 선우진 경감 전남편이 유력한 대선주자란 설정도 어떤 돌발상황을 만들어낼지 지켜보게 만든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 사진=넷플릭스
 
파트1 마지막 6화에 공개되는 교수의 정체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 리메이크 세계관 힌트는 앞으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이끌어 갈 서사 확장성이 단순한 하이스트장르물에 머물 수 없단 것을 증명시킨다. 파트1, 이제 겨우 시작이다.
 
P.S ‘종이의 집원작을 안 보신 분이라면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듯하다. 국내 버전을 모두 관람한 뒤 원작 관람을 추천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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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