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한사발'의 연대…이준석 고립작전
이준석, 일정 비운 채 SNS로 장제원 겨냥 "성역 없어야" 강조…이틀째 '성역' 언급
장제원, 친윤 규합 및 안철수와 연대 모색해 이준석 고립작전…혁신 명분도 노려
입력 : 2022-06-28 17:46:31 수정 : 2022-06-28 17:48:16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민의힘 권력투쟁이 이준석 대표와 친윤(친윤석열) 간 신경전으로 치달으면서 이 대표의 다음 카드가 주목된다. 이 대표는 혁신위원회를 내세워 명분과 여론전에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지만, 친윤계의 응수도 만만치 않다. 장제원 의원은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을 재개, '혁신' 주도권을 뺐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친윤을 규합하고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를 모색해 이 대표를 고립시겠다는 의도도 더해졌다. 
 
27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사진 왼쪽부터)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의원 등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이준석 대표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제원 의원에 대한 우회적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시사 패널들은 누구를 비판하더라도 편하게 말씀하라. 어차피 시청자와 청취자들이 판단하는 거 아니겠느냐"며 "이준석에 대한 비판은 아무리 해도 따로 방송국이나 패널들께 연락하거나 그러지 않는데, 다른 곳이라고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앞서 장성철 시사 평론가는 페이스북에 "장제원 같은 분은 정권에 위험하다"고 적었다. 그는 "자신의 행태에 대해서 방송에서 비판 좀 했다고 방송국에 전화해서 저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항의하는 게 권력 실세가 할 일인지 잘 모르겠다. 무서워서 방송 패널을 못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님! 방송 못 하게 하시면 안 할게요"라고 비꼰 뒤 "혹시 제가 잘못 알고 비판한 부분이 있으면 직접 연락 달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장 의원은 YTN 데스크에 직접 전화해 항의를 했다.
 
이 대표가 장 의원을 공격한 건 두 가지 의미에서 특별하다. 첫째는 이날 이 대표가 공식일정을 모두 비운 상태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만으로 메시지를 냈다는 점이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이 대표는 외부 일정 없이 당 인사들을 만나며 현안을 살폈다. 29일부터 일정을 재개하지만 공개 석상에서 돌발적으로 작심발언을 일삼던 그간의 모습들과는 사뭇 결이 달랐다.
 
'성역'이라는 말을 이틀째 꺼냈다는 것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이 대표는 27일 최재형 의원이 연 '반지성 시대의 공성전' 세미나에 참석, "성역이라는 걸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할 말은 있으나 자기검열하는 사람들, 할 말이 있는데도 타인의 압력으로 말을 못 하는 사람들, 언론에 익명으로밖에 인터뷰할 수 없는 분들은 모두 공성전 대상"이라고 했다. 또 "비겁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 직후 혁신위를 발족하고 공천 및 당원제도를 개선한다고 공언했다. 특정 세력이 선거 때마다 공천권을 전횡을 휘두르는 이른바 '사천'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사실상 친윤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그러자 곧바로 정진석·배현진 의원 등이 이 대표 공세로 맞섰다. 성접대 의혹에 따른 징계 위기도 이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성역에 대한 비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당내 누구도 못 건드린 공천문제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손질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돌아가는 상황은 이 대표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이 대표가 혁신위 카드를 꺼내자 장 의원도 미래혁신포럼을 재개했다. 장 의원이 27일 혁신위 첫 회의 맞춰 미래혁신포럼을 개최한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연사로 초청됐고, 권성동 원내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의원 60여명이 자리했다. 같은 날 오후 의원총회에는 40명이 채 되지 않은 의원이 참석한 것과 대조되면서 "의총을 넘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안 의원은 이 대표의 '간장 한사발' 벌언과 관련해 "속이 타나 보죠"라며 의미심장한 말로 응수하기도 했다. 간장은 '간'철수와 '장'제원 의원을 의미했다는 게 대체적 해석.
 
이 대표로선 친윤의 고립작전 시도와 징계 윤리위에 모두 맞서며 혁신위를 계속 강조해야 할 처지다. 윤리위는 그의 정치 생명과도 직결된다. 윤리위에서 가장 수위가 낮은 '경고'만 나와도 도덕적 치명상이 불가피해 혁신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식 일정을 비우면서 페이스북으로 성역을 비판한 건 트집잡기를 피하면서 명분을 취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틈을 노려 친윤으로부터 다시 정국의 주도권을 가지고 오겠다는 행보라는 분석도 더해졌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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