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평점 테러, ‘무지’의 결과인 이유
입력 : 2022-06-29 15:41:53 수정 : 2022-06-29 16:22: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해할 수 없는 평점이다. 이 정도면 의도적 테러일 수도 있지만 무지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점 논란이다.
 
지난 24일 공개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파트129일 넷플릭스 집계에서 3374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다. 이탈리아 멕시코 태국 이집트 등 총 51개 국가 TOP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을 비롯한 6개국에선 1위에 올랐다. 신작 공개 프리미엄에 따른 초반 흥행 몰이로 분석된다.
 
 
 
하지만 원작 콘텐츠에 더 익숙한 서양권 시각에선 혹평 일색이다. 동명 스페인 원작 종이의 집은 지금의 넷플릭스 위상을 만들어 준 레전드 작품으로 손꼽힌다. 역대 넷플릭스 시청 순위에서도 오징어 게임에 이어 2위에 해당할 정도다. ‘오징어 게임이전까진 압도적 1위 작품이 종이의 집이었다. 현재 이번 한국 리메이크 버전에 대한 평가는 가혹한 수준이다. 미국 영화·드라마 비평 사이트 IMDb에 올라온 내용을 보면 원작 내용과 너무 같다” “콘트롤C 와 콘트롤V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국내 시청 평가도 비슷하다.
 
일단 잘못된 리메이크란 지적이 많다. 리메이크는 원작에 부분적 수정을 더하지만 대체로 원작 의도를 충실히 따른 작품을 말한다. 이 기준에서 벗어난다면 리메이크란 작법 자체는 성립이 안 된다. 원안만을 빌려온 완전한 재창작 수준 작품도 있다. 음악으로 치면 멜로디 라인만 남긴 채 편곡을 달리해 곡 자체 분위기를 재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영상 언어나 음악 모두 리메이크가 아닌 완전 창작으로 보는 게 지배적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드라마괴이’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개와 늑대의 시간’, 넷플릭스 시리즈나 홀로 그대를 쓴 류용재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류 작가는 지난 22일 열린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제작보고회에서 스페인 원작자와 넷플릭스 측에서 한국판 버전 리메이크 기획안을 보고 제작을 허락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넷플릭스 측에 따르면 종이의 집해외 리메이크는 이번 한국판이 처음이다.
 
결과적으로 스페인 원작 리메이크 판권에 따른 설정 변화에 대한 가이드 자체는 없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원작 판권 소유자와 넷플릭스 그리고 국내 제작자 간 리메이크 설정 합의는 충분했단 점이다. 이런 점을 미뤄보면 한국 버전 리메이크 설정과 내용은 원작 시청자들 만족감도 중요하지만 원작을 경험하지 않은 국내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한 리메이크 콘텐츠로 해석하면 받아들임이 좀 더 쉬울 듯하다.
 
원작 리메이크 판권 구입에 그 동안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섣불리 도전해 보지 못한 이유도 주목해 보면 국내 버전 시도와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원작은 2010년대 스페인 금융위기 속 군중들의 분노 심리를 직접적으로 끌어 들인 점이 주목됐다. 당시와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스페인 내부 상황과 지역적 정서가 고스란히 투영된 작품이다. 계층간 갈등 심화로 이어진 금융 위기 속 종이의 집이 자본주의 자체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을 타깃으로 한 강탈을 통해 분노한 시민들의 대리 만족을 충족시킨 점도 주효했다. 원작 속 강도단이 쓴 살바도르 달리가면이 상징하는 저항의 의미는 이런 정서와 결합돼 스페인의 오늘과 내일까지 담았단 평을 이끌어 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종이의 집리메이크 자체가 사실상 시도조차 이뤄질 수 없던 이유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종이의 집설정 자체가 스페인만을 위한 지역적 정서 기반의 자본주의 병폐에 대한 직격탄이었기 때문이다.
 
류용재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만의 얘기로 끌어와야 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전 세계 유일 분단 국가 속에서 통일 한반도란 가상의 설정 후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제적 혼란을 공동경제구역이란 설정을 추가해 대신하려 했다고 전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국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적 정서를 담아낸 또 다른 원작일 수도 있다. 지금의 혹평과 평점 테러는 무지에서 오는 자기 실수일 뿐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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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