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진단키트 개발 '경쟁'…효용성은 '글쎄'
전문가들 "코로나19처럼 긴급 승인할 효용성 낮아"
국내 원숭이두창 확진자 1명…성능 평가하기 어렵다
입력 : 2022-06-29 16:18:50 수정 : 2022-06-29 16:50:08
국내에서도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최근 국내에서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오면서 국내 진단업계들은 관련 시약과 진단키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유전자검사(PCR)로 진단할 수 있다. 
 
원숭이두창은 아프리카에서 주로 유행하던 풍토병으로 인식됐으나 지난달 영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뒤 전 세계 50여개 국가로 퍼지면서 확산 중이다. 지난 22일에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진단기기 업체들이 앞다퉈 원숭이두창 진단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먼저, 씨젠(096530)은 원숭이두창 진단시약 'Novaplex MPXV Assay'를 개발했다. 씨젠이 개발한 진단시약은 1시간30분 안에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씨젠은 이 제품을 유럽 등 원숭이두창이 확산 중인 국가에 공급할 예정이다.
 
바이오니아(064550)는 원숭이두창 검출용 키트 'AccuPower Monkeypox Detection Kit'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만을 고민감도로 증폭할 수 있는 바이오니아의 특허기술 'PyroHotstart'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이 제품은 원숭이두창으로 의심되는 샘플에서 DNA를 추출해 90분 안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오니아는 원숭이두창 유행 국가의 병원과 연구소에 우선 판매할 계획이다.
 
휴마시스(205470)는 원숭이두창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50분 이내에 감염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분자진단 제품 개발에 나섰다. 휴마시스는 최근 분자진단용 시약인 'Humasis COVID-19 RT-qPCR Kit' 등 2개 제품을 개발하고 수출용 허가까지 획득하는 등 분자진단 분야의 개발 역량을 갖췄다.
 
휴마시스는 연구력을 집중해 빠른 시일 내로 분자진단키트를 완성하고 원숭이두창 확산의 진원지로 예측되는 유럽 시장에 우선 론칭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원숭이두창 총감염자의 85% 이상이 유럽 25개국에 걸쳐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진단업계에선 원숭이두창 진단시약 및 검출용 키트를 개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 관련 시약 및 진단키트 제품의 효용성은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원숭이두창 환자 모습. (사진=AP 연합뉴스)
 
홍기호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선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1명밖에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원숭이두창 관련 키트들이 코로나19 초기처럼 긴급 승인할 만한 필요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호흡기 감염병이고 전염 규모가 굉장히 빨리 늘어나는 특질을 가진다. 이미 국내에선 메르스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코로나19 키트를 긴급 승인했다. 이에 반해 원숭이두창은 피부 병변의 특질을 가지고 있어, 피부 병변이 발생하기 전에 혈액이나 호흡기 검체를 통해 양성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원숭이두창 진단 키트들이 다양한 검체에서 성능을 발휘할 지에 대한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 또 국내에선 원숭이두창 환자가 적기 때문에, 진단키트를 이용한 평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숭이두창은 피부 병변의 현상이 나타나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코로나19처럼 무증상 상태에서 전파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관련 제품 개발에 대한 부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는 게 홍 교수의 의견이다.
 
홍 교수는 "현재 원숭이두창 키트를 긴급 승인해야 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며 "진단업계에서 제품을 개발하지만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분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은 전염력이 낮고 치사율이 적기 때문에, 이런 질환의 경우엔 굳이 스크린 목적으로 PCR을 하기 위해 관련 진단키트를 만드는 건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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