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상병수당 대기 14일, 한 푼 없이 마냥 버티라는 말"
오는 4일부터 6개 지역서 실시...최저임금 60% 지급
시민단체 "대기 기간 3일 등 ILO 권고기준 안 맍아"
입력 : 2022-06-30 14:49:54 수정 : 2022-06-30 21:23:13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7월1일 시작되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하루 앞 둔 가운데 수당 대기 시간 등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참여연대 등은 30일 오전 9시30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범계획에서 정부는 상병수당 대기기간을 최대 14일로 설정했다"면서 "대기기간을 최소기간인 3일로 설정하는 등 미흡한 상병수당 시범사업 즉각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보면 국내 근로자 54%는 유급병가를 사용못하고 있는데, 대기기간이 길면 비정규직·자영업자 불안정 노동자가 소득 공백 우려에 제도 이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지난해 12월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 추진계획'이 통과되면서 추진된다. 다음달 4일부터 △서울 종로 △경기 부천 △충남 천안 △전남 순천 △경북 포항 △경남 창원 등 6개 지역에서 1년간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시범사업에서 수당 지급 기준은 모형에 따라 상이하다. 총 3가지 형태가 있는데 모형1, 2는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상병수당 심사용 진단서를 토대로 건보공단이 결정한 '근로활동불가일수'에 대해 수당을 준다. 모형3은 의료기관 입원이나 입원과 동일한 상병의 외래진료일수를 의미하는 '의료이용일수'마다 지급한다. 또 대기기간이 모형마다 다르다. 모형1(포항·부천), 2(종로·천안)는 각각 7일, 14일 씩이고 모형3(창원·순천)은 3일이다. 
 
대기기간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을 30일이라고 가정하면, 모형2의 경우 대기기간 14일을 제외한 16일치의 상병수당이 지급된다는 뜻이다. 하루 기준 상병수당은 2022년 처저임금의 60%인 4만3960원으로, 이 경우 총 70만3360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상병수당 대기기간이 최대 14일이란 의미는 아무 소득없이 2주를 버티라는 것"이라며 "대기기간이 긴 국가들은 법정 유급병가가 있어 대기기간 동안 사업주가 100% 소득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유급병가가 부족한 한국에서는 아파도 쉴수없이 방치된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하루 수당 4만원을 받고 쉴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단체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기준대로 상병수당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조희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 간사는 "ILO가 권고한 상병수당 하루치 지급 기준은 직전 소득의 60%이며 최대한 대기기간을 짧게 설정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시범사업은 소득이 충분히 보전되지도 않고, 최대 14일의 대기기간 역시 유급병가를 사용할 수 없는 취약노동자들에겐 이용하지 말라는 얘기"고 강조했다.
 
김흥수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성위원장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을 보면 근로자가 1년 중 아파서 쉰 날이 8일이지만, 국내는 2일에 불가하다"며 "저소득층과 노동 취약계층은 아파도 장시간 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현재 시범계획을 토대로 제도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상병수당의 보장수준을 현실에 맞게 높이고, 사범사업 기간을 단축해 제도를 즉시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30일 오전 9시30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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