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대법권 권위는 판결에 달렸다
입력 : 2022-07-06 06:00:00 수정 : 2022-07-06 06:00:00
김명수 대법원장이 칼을 빼들었다. 상고심 개선이란 케케묵은 숙제를 풀기 위해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상고제도 개선 입법 추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이 팀은 중장기적으로 상고심 개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 상고심 제도를 개선하자는 국회의 입법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를 대비해 미리 연구자료를 축적해 놓겠다는 취지다. 
 
TF팀은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제시한 개선안을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자문회의가 내놓은 개선안은 상고사건을 걸러낼 상고심사제와 대법관의 증원을 합친 '하이브리드'식 방안이다. 자문회의는 대법관의 증원 규모도 제안했다. 증원폭은 4명안팎이다. 대법관이 늘어날 경우 자문회의가 제시한 범위 내에서 증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대법관을 대폭 증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5월 대법관 수를 3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학계 역시 2배~3배 등 유의미한 증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020년 대법관 1명이 담당한 사건은 약 3550건이다. 김 대법원장에 더해 심리에 참여하는 대법관 12명, 총 13명을 기준으로 계산한 값이다. 지난 2014년에는 2890여건이었다. 해가 지날수록 업무부담이 커졌다. 
 
자문회의가 유력하게 제시한 내용대로 대법관을 4명 더 늘릴 경우에는, 2020년 상고사건 기준으로 대법관 1명당 1년에 2700여건을 담당한다. 2014년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에도 대법관의 업무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자문회의가 제시하는 수준으로는 대법관 업무를 실효성 있을 정도로 덜어내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국내 사법체계에서는 과거에 이미 고등법원 상고부제와 상고허가제가 존재했다가 폐지됐다. 상고사건을 걸러내는 제도가 사라진 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과거와 비슷한 방법으로 상고제 개선을 꾀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의 희소성을 유지하고 대법원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듭 제기된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형국이다.
 
대법원의 존재 이유는 법률 해석을 통일시키고 하급심 법원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데에 있다. 사회구성원이 수긍할 합리적 판결을 내놓고 법치주의 국가의 근본을 지키는 게 대법원이 지향해야 할 목표다. 권위 유지가 상고심 제도 개선의 목적이 돼선 안된다는 얘기다.
 
국민이 법원에 희망을 거는 이유는 사법부가 정의의 보루라고 생각해서다. 대법원이 소수의 대법관을 유지한다 해도 납득할만한 판결을 하지 않는다면, 권위와 신뢰는 모래로 지은 성 마냥 무너지기 쉬울 우려가 짙다. ‘사법농단 의혹’ 사태 이후 가뜩이나 사법부 불신이 높아진 상황이다. 심지어 그 중심에는 대법원이 있었다.
 
검찰은 수사로, 법원은 판결로 말한다. 각자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권위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면밀한 심리를 바탕으로 국민 누구나 수긍할만한 판결을 하는 게, 대법원 권위가 오르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김응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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