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속 ‘토르’는 사실상 시작부터 애매했다. 우선 솔로무비 1편을 연출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 연출 포지셔닝이 방향타를 잃고 스타트를 끊은 게 실수였다. 세익스피어극 전문 연출자다운 1편 ‘토르: 천둥의 신’은 상당한 호불호의 평가를 이끌어 냈다. 이를 의식한 듯 마블은 2편에선 부제처럼 ‘다크’하고 ‘어두운’ 느낌의 블록 버스터 사이즈로 반전 분위기를 만들며 회복세를 노렸다. 이후 마블 솔로무비 공식 그대로 3편까지 이어 받는다. 3편은 3부작 마지막에 대한 일종의 페스티벌 형식을 노린 듯 알록달록한 총천연색으로 일관된 블록버스터의 ‘라그나로크’를 완성시키며 자축했다. 그리고 5년이 흐른다. MCU도 페이즈4로 넘어가면서 세대 교체를 선언, 다양한 시리즈 리부트가 준비되고 박차를 가해왔다. 디즈니+가 출범하면서 솔로무비들의 스핀오프도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 속 ‘토르’가 3부작 트릴로지 공식을 깨면서까지 4편을 선보이는 건 두 가지 이유로 압축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앞선 3부작 각각의 톤 앤 매너가 ‘토르’ 캐릭터 구축 과정이라 전제한다면, 4편은 마블의 전례 없는 ‘트릴로지 리부트’ 시작일 듯하다. 3편 메가폰을 잡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다시 한 번 연출을 맡은 점이 힘을 싣는다. 또 하나는 ‘이터널스’와 그 외 솔로무비를 통해 드러난 MCU 페이즈4 방향성 문제. 이번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선 극중 센티널 종족에 대한 언급과 비주얼이 스치듯 등장한다. ‘토르’가 기존 마블 솔로무비 트릴로지 공식을 깨고 4편을 출범시킨 이유가 거기 있다면 충분히 납득된다. 쿠키영상까지 더한다면 페이즈4 방향성의 예측은 어느 정도 앞뒤가 맞아 떨어지게 된다.
일단 토르 시리즈 4편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다소 유치한 듯한 톤 앤 매너로 포장돼 있다. 토르 1편과 3편이 적절히 뒤섞인 듯한 분위기. 4편은 ‘토르: 라그나로크’ 이후 ‘아스가르드’ 왕좌를 ‘발키리’에게 넘기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우주로 떠난 토르 얘기로 시작한다. 가오갤 멤버들과 숱한 전투를 치르며 몸과 마음을 다잡아 나가는 과정 속 어느덧 보다 성숙하고 보다 차분해진 ‘천둥의 신’으로서의 면모를 되찾아 가는 토르. 친누나 헬라에게 묠니르를 파괴당한 뒤 새로운 짝꿍으로 만난 ‘스톰 브레이커’와는 이제 땔래야 땔 수 없는 사이다. 토르와 스톰 브레이커 교감은 ‘토르: 러브 앤 썬더’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코미디의 톤 앤 매너.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이 같은 전투 그리고 스톰 브레이커와의 알콩달콩 연애 같은 관계의 연속 속 뜻하지 않은 강력한 빌런이 ‘당연히’ 등장한다. 전 우주를 공포에 떨게 만든 타노스도 물리친 토르에겐 거칠게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신을 죽일 수 있는 무기 ‘네크로소드’를 들고 우주의 신들만 골라 죽이고 다니는 ‘고르’. ‘아스가르드’ 태생 토르도 고르의 목표물 가운데 하나. 느닷없이 눈 앞에 나타난 고르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신들에 대한 분노로 네크로소드를 휘두르며 토르를 공격한다. MCU세계관 손꼽히는 전투력 소유자이자 우주적 무기 스톰 브레이커조차 고르의 분노에는 밀리는 분위기다. 다소 밀리는 분위기 속 갑자기 너무도 익숙한 무엇이 날아와 토르를 돕는다. ‘라그나로크’에서 헬라에게 파괴된 묠니르. 참고로 묠니르는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그 힘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 자만이 들 수 있다. MCU세계관 묠니르를 손에 쥐었던 인물은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뿐. 하지만 묠니르는 산산조각 난 상태. 그런데 멀쩡하다. 그리고 더욱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또한 묠니르를 손에 쥔 사람은 2편 ‘다크월드’ 이후 3편에선 결별한 것으로 처리가 됐던 ‘제인 포스터’. 토르의 전 연인이다.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전 우주적 위협을 또 다시 몰고 온 고르만으로도 신경 쓸게 많다. 그런데 토르에겐 더 신경 쓰일 잊고 지냈던 전 연인 제인 포스터의 등장. 더군다나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묠니르와 함께. 토르, 일도 사랑도 모든 게 ‘리셋’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MCU에서 봐왔던 톤 앤 매너가 아니다. 세련된 표현으론 ‘장르의 각색화’가 정착됐다 정도. 하지만 보다 쉽게 알아 듣는 말로는 ‘유치하다’ 정도. 솔로 무비가 4편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펼쳐진 캐릭터 세계관 형식은 변화와 진화 중간 단계에서 항상 타협을 벌인다. ‘토르’ 시리즈는 1편부터 이번 4편까지 항상 그 과정의 연속이었다. 3편에서 보여 준 톤 앤 매너가 이번에도 이어질 듯하지만 좀 더 날 것 그대로의 분위기로 이어진다. 그래서 ‘유치하다’ 정도가 이번 4편의 톤 앤 매너를 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일 듯하다. 물론 긍정의 의미다.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토르를 중심으로 ‘전 무기’ 묠니르 그리고 ‘현 무기’ 스톰 브레이커의 사랑 싸움을 연상케 하는 티키타카는 ‘토르’ 시리즈가 자아냈던 웃음 포인트를 이어간다. ‘킹 발키리’ 그리고 토르의 파트너 ‘코르그’의 존재감은 전편 ‘라그나로크’와 유사하니 실망도 상승도 큰 의미는 없다. 놀이동산으로 변한 지구의 ‘신 아스가르드’ 풍경은 묘하고 또 이채롭다.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사실 어쩌면 이번 4편은 고르를 소개하기 위한 ‘트릴로지 리부트’의 시작일 듯싶다. 악역이지만 악역으로서 미워하기엔 사연과 깊이가 너무 강한 고르의 존재감은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력과 함께 더욱 더 빛을 낸다. 무채색 어둠의 존재로서 오히려 더 강렬한 빛을 발하는 아우라는 오롯이 크리스찬 베일 존재 때문이다. 반면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제왕’ 제우스로 등장한 러셀 크로우의 존재감은 너무 희화화된 면이 없지 않아 아쉽다.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참고로 이번 ‘토르’ 4편 부제는 ‘러브 앤 썬더’다. ‘러브’는 컴백한 ‘제인 포스터’가 아니다. 그리고 ‘썬더’는 천둥의 신 토르의 상징 ‘천둥’을 의미하는 듯하지만 역시 그것도 아니다. 이번 4편은 부제 ‘러브 앤 썬더’에 대한 프롤로그이자 앞으로 이어질 새로운 ‘트릴로지’의 오프닝으로 정리하면 가장 적절하다. 고르와 ‘러브 앤 썬더’의 연관성은 아주 높다.
덧붙여서 제인 포스터의 컴백과 그에 얽힌 이후 전개는 억지 설정은 아니다. 기본 골격은 마블 원작에서 가져온 설정 그대로다. 영화 후반부 등장하는 염소 두 마리는 이번 영화 속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 최고의 치트키다. 7월 6일 개봉.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P.S 쿠키 영상은 두 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영상 모두 이번 시리즈에 등장한 ‘신들의 제왕’ 제우스와 연관돼 있다. 또한 영화 중간중간 스치듯 등장하는 석상과 배경 등에서 페이즈4 그리고 다음 토르 시리즈 기본 골격에 대한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들이 등장한다. 쿠키 영상 둘 중 하나는 다음 토르 시리즈 속 메인 빌런 가능성이 크다. 우리 모두 다 아는 굉장히 유명한 신화 속 캐릭터의 이미지 반전 등장 가능성이 예측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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